집에서 오트밀크 라떼 맛있게 만드는 방법

얼마 전 단골손님이 집에서 만든 오트밀크 라떼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색은 카페에서 내는 잔과 비슷한데, 마시면 커피 맛이 거의 나지 않는다고 했어요. 레시피를 들어보니 에스프레소 한 잔에 오트밀크를 큰 머그컵 가득 붓고 있었습니다. 오트밀크는 곡물 향과 단맛이 있어서 커피를 부드럽게 만들지만, 양이 많아지면 커피의 향까지 덮습니다. 저는 먼저 원두를 바꾸기보다 잔에 들어가는 양부터 줄여보자고 했습니다.
오트밀크를 고를 때는 커피와 섞인 맛을 봅니다
오트밀크는 제품마다 맛과 질감 차이가 큽니다. 어떤 것은 고소하고 묵직하고, 어떤 것은 곡물 향이 강하거나 끝맛이 달아요. 평소 차갑게 마실 때 마음에 들던 제품도 커피와 섞으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처음 한 잔을 만들 때는 시럽을 넣지 말고, 오트밀크 자체의 단맛과 커피의 쓴맛이 어떻게 만나는지 보는 편이 좋습니다.
따뜻한 라떼에 거품을 얹고 싶다면 ‘바리스타용’ 표시가 있는 제품이 다루기 편합니다. 거품을 만들도록 설계된 제품이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표시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맛입니다. 거품이 예쁘게 나도 곡물 향이 지나치게 강하면 원두 향이 흐려질 수 있어요. 아이스 라떼만 마신다면 거품 성능에 돈을 더 쓸 이유도 적습니다. 냉장고에 있던 제품을 충분히 흔들어 잔에 따라도 됩니다.
개봉 후 보관 기간은 제품 표시를 따르세요. 한 번 열어둔 오트밀크가 오래됐거나 냉장고 냄새를 머금으면, 좋은 원두를 써도 잔에서 먼저 그 맛이 납니다. 로스터리에서도 우유 음료의 맛이 갑자기 달라졌을 때 커피보다 우유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날이 있습니다.
에스프레소와 오트밀크 양을 먼저 맞춥니다
제가 집에서 시작점으로 권하는 양은 에스프레소 36~40g에 오트밀크 140~170g입니다. 18g의 원두로 36g가량 추출하고, 25~30초를 첫 기준으로 잡으면 조절하기 쉽습니다. 스페셜티 커피 협회의 바리스타 조사에서도 원두와 추출액의 비율이 약 1대 2인 방식이 흔하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숫자가 맛의 정답은 아닙니다. 원두와 분쇄도에 따라 같은 시간에 내려도 잔의 맛은 달라집니다.
첫 모금에서 오트밀크만 느껴진다면 곧바로 원두를 더 쓰기보다 오트밀크를 20g 정도 줄여보세요. 커피가 너무 날카롭다면 반대로 20g 늘려봅니다. 한 번에 두 가지를 바꾸지 않아야 내 취향을 찾기가 쉽습니다. 라떼는 작은 양의 변화가 꽤 크게 느껴지는 음료입니다.
원두는 중배전부터 중강배전 사이에서 시작하면 편합니다. 견과류, 초콜릿, 캐러멜 같은 향은 오트밀크의 곡물 맛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뜻한 원두를 좋아한다면 얕게 볶은 원두도 좋습니다. 다만 산미가 강한 에스프레소에 제품 특유의 곡물 향이 더해지면 기대한 맛과 달라질 수 있으니, 그때는 우유 양을 줄여 커피를 조금 더 또렷하게 남겨보세요.
따뜻한 라떼는 60도 안팎에서 멈춥니다
따뜻한 오트밀크 라떼가 텁텁하게 느껴진다면 데우는 온도를 확인해봅니다. 저는 냉장 상태의 오트밀크를 55~60도 정도까지 데운 뒤 붓습니다. 입에 닿았을 때 따뜻하면서도 곡물 향이 거칠게 튀지 않는 범위입니다. 제품마다 잘 맞는 온도가 다르므로 처음에는 온도계로 확인하고, 다음 잔부터 조금씩 맞추면 됩니다.
스팀 완드가 있다면 피처에 차가운 오트밀크를 담고, 처음에만 공기를 조금 넣은 뒤 표면이 부드럽게 돌도록 데웁니다. 큰 거품을 오래 만드는 것보다 잘게 섞인 거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세요. 스팀을 멈춘 뒤 피처를 가볍게 돌려 표면을 고르게 하고 에스프레소에 붓습니다. 거품이 단단하게 쌓여 커피와 따로 논다면 다음에는 공기를 넣는 시간을 줄이면 됩니다.
스팀 장비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작은 냄비에 약불로 데우거나 전자레인지에서 짧게 나눠 데운 다음, 거품기로 잠깐 섞어도 한 잔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는 라떼 아트보다 온도와 비율이 맛에 더 큰 영향을 줍니다. 뜨거운 오트밀크를 무리하게 거품 내다 튀지 않도록 넉넉한 용기를 쓰는 편이 좋습니다.
아이스 라떼는 얼음이 녹은 뒤까지 생각합니다
아이스 오트밀크 라떼는 처음보다 몇 분 뒤 맛이 더 옅어지기 쉽습니다. 250~300ml 잔에 얼음을 넉넉히 담고, 차가운 오트밀크 130~150g에 에스프레소 36~40g을 부어 시작해보세요. 얼음이 녹는 만큼 따뜻한 라떼보다 오트밀크를 조금 적게 잡는 방식입니다. 잔이 크다고 빈 공간을 오트밀크로 모두 채우면 첫맛부터 커피가 희미해집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다면 진하게 내린 커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모카포트나 에어로프레스로 평소보다 농도 높은 커피를 준비하고, 먼저 소량의 오트밀크와 섞어 맛을 보세요. 일반 드립커피를 그대로 같은 양 넣으면 물이 더해진 만큼 라떼가 연해질 수 있습니다. 어떤 기구를 쓰든 커피를 먼저 한 모금 맛보면 분쇄가 지나치게 굵어 밋밋한지, 너무 곱고 오래 추출돼 쓴지 가늠하기 쉽습니다.
집에서 카페 맛이 안 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원두 봉투보다 잔의 크기를 먼저 봅니다. 같은 원두라도 오트밀크 30g, 얼음 몇 조각, 데우는 온도가 바뀌면 전혀 다른 음료가 되거든요. 마음에 드는 한 잔이 나왔다면 그날의 커피와 오트밀크 양을 적어두세요. 다음 잔에서 그 맛을 다시 만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기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