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바스켓 차이 알고 고르는 방법

로스터리에서 같은 원두를 쓰는데도 샷이 자꾸 시다고 가져오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분쇄도를 함께 맞춰 봐도 흐름이 달랐죠. 알고 보니 매장에서는 18g 바스켓에 18g을 담고, 집에서는 더 깊은 바스켓에 같은 양을 담고 있었습니다. 에스프레소 바스켓 차이는 작아 보여도 커피가 차지하는 공간과 물이 지나가는 길을 바꿉니다.
먼저 용량과 깊이를 맞춥니다
바스켓에 적힌 18g, 20g은 출발점입니다. 정확히 그 무게만 담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같은 바스켓이라도 진하게 볶은 원두는 부피가 크고, 연하게 볶은 원두는 상대적으로 촘촘히 담깁니다. 실제로 IMS의 24mm 깊이 바스켓은 로스팅 정도에 따라 권장 용량을 다르게 표시합니다. 표기 무게보다 추출 직전 원두 윗면과 샤워스크린 사이의 여유 공간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유 공간이 너무 좁으면 포터필터가 뻑뻑하게 잠기거나, 추출 전에 커피 표면이 샤워스크린에 닿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바스켓에 비해 원두가 지나치게 적으면 퍽이 얇아집니다. 이때 샷이 빨라졌다고 무조건 더 곱게 갈기 전에, 평소 쓰는 양에 맞는 바스켓인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추출을 끝낸 뒤 퍽에 남은 자국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물을 머금은 커피가 부풀면서 생긴 자국일 수도 있으니까요.
싱글과 더블은 양만 다른 게 아닙니다
싱글 바스켓은 보통 적은 양의 원두를 담도록 가운데가 좁아지는 형태입니다. 더블 바스켓은 바닥과 벽이 비교적 넓고 곧은 편이라 원두를 고르게 펴고 탬핑하기 수월합니다. 싱글 샷 한 잔만 마시고 싶어도 싱글 바스켓에서 분쇄와 분배를 다시 맞춰야 하는 일이 생기는 이유죠. 더블 바스켓에서 잘 나오던 18g 레시피를 싱글 바스켓에 절반씩 줄여 옮긴다고 같은 맛이 나지는 않습니다.
집에서 하루 한두 잔을 만든다면 처음에는 더블 바스켓 하나로 추출을 익히는 쪽을 권합니다. 이를테면 원두 18g을 넣고 음료 36g을 받는 비율에서 시작해 맛을 보세요. 25~30초는 흔히 쓰는 점검 범위일 뿐, 꼭 맞춰야 하는 정답은 아닙니다. 시고 묽으면 분쇄를 조금 곱게, 쓰고 답답하면 조금 굵게 조정하면서 원두량과 추출량은 잠시 고정합니다. 이렇게 해야 바스켓을 바꿨을 때 생긴 차이도 읽기 쉽습니다.
구멍의 수와 모양이 흐름을 바꿉니다
일반 바스켓과 정밀 바스켓을 비교할 때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닥의 구멍입니다. 정밀 바스켓은 구멍의 크기와 배열, 가공 상태를 일정하게 관리한 제품이 많습니다. 물이 빠져나가는 저항이 달라지므로 같은 원두, 같은 분쇄도라도 추출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가 새 바스켓을 끼운 날에는 먼저 기존 레시피로 한 잔을 내려 흐름과 맛을 기록합니다. 그다음에 분쇄도를 손봅니다.
다만 구멍이 많으면 무조건 더 달고 깨끗한 샷이 나온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배가 고르지 않으면 물은 여전히 약한 부분으로 몰립니다. 바스켓 모양에 따라 퍽 두께도 달라지고요. 바닥이 평평한 제품, 가운데가 살짝 볼록한 제품, 구멍이 퍼진 범위가 다른 제품은 각각 추출 양상이 다릅니다. 새 바스켓에서 샷이 빨라졌다면 원두를 더 넣기 전에 분쇄도를 조금씩 조정하며 맛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구매할 때는 기계와 평소 원두량을 봅니다
바스켓 지름이 맞아 보여도 포터필터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계가 쓰는 규격, 포터필터 안쪽 깊이, 바스켓의 바깥 테두리 치수를 확인하세요. 특히 깊은 바스켓은 바닥이 포터필터에 닿을 수 있습니다. 탬퍼 크기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같은 ‘58mm용’ 표기 안에서도 바스켓 안쪽 지름과 권장 탬퍼 치수가 제품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테두리 아래에 걸림턱이 있는 리지드 바스켓은 스프링에 걸려 단단히 고정되는 느낌이 납니다. 턱이 없는 리지리스 바스켓은 안쪽 벽이 매끈해 분배하거나 퍽을 털어낼 때 편하다고 느끼는 분이 많습니다. 어느 쪽이 맛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포터필터 스프링과의 결합, 청소할 때의 손맛까지 포함해 고르면 됩니다.
- 평소 18g을 쓴다면 먼저 그 양에 맞는 더블 바스켓을 고릅니다.
- 현재 바스켓에서 추출이 안정적이라면 비싼 정밀 바스켓을 서둘러 살 필요는 없습니다.
- 바스켓을 바꾼 날에는 원두량과 추출량을 고정하고 분쇄도부터 다시 맞춥니다.
손님들이 집에서 매장 맛을 따라오지 못할 때 저는 새 장비의 가격보다 지금 바스켓에 몇 g을 담는지 먼저 묻습니다. 그 숫자와 한 잔의 맛을 함께 기록하면, 작은 금속 컵 하나가 왜 샷을 바꾸는지 금세 감이 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