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스 디카페인 커피 집에서 비슷하게 즐기는 방법

얼마 전 매장에 온 손님이 할리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고 나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밤에 마셔도 부담이 덜한 건 좋은데, 집에서 디카페인 원두를 내리면 왜 이렇게 밋밋하죠?” 사실 디카페인은 카페인만 빠진 커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추출할 때는 일반 원두보다 조금 더 예민하게 다뤄야 맛이 선명해집니다.
할리스 디카페인 커피를 좋아하는 분들은 대체로 두 가지를 기대합니다. 하나는 늦은 오후나 저녁에도 부담이 덜한 커피, 다른 하나는 너무 연하지 않고 카페에서 마시던 고소한 커피 맛입니다. 그런데 집에서는 이 두 번째가 자주 무너집니다. 원두가 나빠서라기보다 분쇄도, 물 온도, 추출 비율이 디카페인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할리스 디카페인 커피 맛을 이해하는 방법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을 줄이는 공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생두 조직이 일반 생두보다 조금 더 느슨해지고, 로스팅 때 열을 받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같은 중배전처럼 보여도 추출에서는 성분이 더 빨리 나오거나, 반대로 향은 짧게 지나가고 쓴맛만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할리스 디카페인 커피를 매장에서 마셨을 때 고소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면, 대개 산미를 앞세우기보다 견과류, 카카오, 구운 곡물 쪽의 인상을 중심에 둔 스타일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이런 커피는 물 온도가 너무 낮으면 싱겁고, 너무 높으면 끝맛이 텁텁해집니다. 저는 집에서 비슷한 방향을 잡을 때 물 온도를 90~92도 근처에서 시작합니다.
카페에서 마시는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와 집에서 내린 드립 커피는 추출 방식이 다릅니다. 에스프레소는 짧은 시간에 높은 압력으로 진하게 뽑고 물을 더합니다. 반면 핸드드립은 2분 30초에서 3분 정도 천천히 성분을 녹입니다. 그래서 같은 원두라도 집에서는 더 얇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집에서 비슷한 농도를 맞추려면 이렇게 잡습니다
가장 먼저 볼 것은 원두 양입니다. 보통 핸드드립을 처음 하는 분들은 원두 15g에 물 250g을 붓습니다. 일반 커피라면 무난할 수 있지만, 디카페인에서 카페 라떼 같은 고소함이나 매장 아메리카노의 밀도를 기대한다면 조금 약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할리스 디카페인 커피 같은 부드러운 매장형 디카페인 맛을 목표로 할 때 원두 18g, 물 250g부터 잡습니다. 비율로 보면 약 1:13.8입니다. 일반적인 1:15~1:16보다 조금 진한 편입니다. 디카페인은 향의 폭이 일반 원두보다 좁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농도를 살짝 올리는 쪽이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 부드러운 아메리카노 느낌: 원두 17g, 물 250g
- 조금 진한 카페 스타일: 원두 18g, 물 250g
- 아이스로 마실 때: 원두 20g, 뜨거운 물 160g, 얼음 100g
아이스로 마실 때는 특히 물을 많이 쓰면 맛이 금방 흐려집니다. 얼음도 물입니다. 뜨거운 물 250g으로 내린 뒤 얼음을 넣으면 처음 한두 모금만 괜찮고 뒤로 갈수록 보리차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원두를 늘리고 추출수는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분쇄도와 물 온도가 맛을 크게 가릅니다
디카페인 원두는 같은 그라인더 눈금에서도 일반 원두보다 추출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색이 비슷해 보여도 내부 조직이 달라서 물을 만났을 때 성분이 풀리는 속도가 다릅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아주 조금 굵게 가는 것이 출발점으로 좋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 칼리타나 하리오 드리퍼에서 중간보다 약간 고운 분쇄를 썼다면, 디카페인은 그보다 1~2칸 굵게 시작해보면 됩니다. 추출 시간이 3분 20초를 넘고 끝맛이 씁쓸하게 남는다면 더 굵게 가는 편이 맞습니다. 반대로 2분 안에 물이 다 빠지고 맛이 비어 있다면 조금 더 곱게 가야 합니다.
물 온도는 90~92도가 무난합니다. 강하게 볶인 디카페인은 88~90도까지 낮추면 쓴맛이 줄고, 산미가 너무 흐릿한 디카페인은 92~93도까지 올리면 향이 조금 더 살아납니다. 다만 95도 이상으로 계속 밀어붙이면 고소함보다 탄맛과 마른 나무 같은 느낌이 먼저 올라올 수 있습니다.
제가 자주 쓰는 드립 레시피
- 원두: 18g
- 물: 250g
- 물 온도: 91도
- 분쇄도: 설탕보다 조금 굵은 정도
- 뜸 들이기: 물 40g, 35초
- 총 추출 시간: 2분 40초~3분
붓는 방식은 복잡하게 가져갈 필요 없습니다. 처음 40g을 부어 뜸을 들이고, 1차로 120g까지 천천히 붓습니다. 그다음 190g, 마지막 250g까지 나눠 부으면 됩니다. 물줄기는 너무 가늘게 오래 붙잡기보다,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부드럽게 돌리고 다시 가운데로 돌아오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매장에서 마신 맛과 다를 때 확인할 것
집에서 할리스 디카페인 커피와 비슷한 느낌을 내고 싶은데 맛이 다르다면 원두 날짜를 먼저 봐야 합니다. 디카페인은 향이 섬세하게 남는 기간이 짧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봉투를 연 뒤 2주가 지나면 고소함은 남아도 향의 입체감은 빠르게 줄어듭니다. 가능하면 개봉 후 10~14일 안에 마시는 쪽이 좋습니다.
보관도 중요합니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안전할 것 같지만, 커피는 냄새를 잘 먹습니다. 김치, 반찬, 과일 냄새가 조금씩 스며들면 커피 향이 탁해집니다. 밀폐 용기에 담아 빛이 덜 드는 서늘한 곳에 두는 편이 낫습니다. 장기간 보관할 양이라면 소분해서 냉동하고, 꺼낸 봉투는 다시 냉동실에 넣지 않는 식으로 관리합니다.
물도 의외로 크게 작용합니다. 수돗물을 바로 끓여 쓰면 지역에 따라 염소 냄새나 미네랄 느낌이 커피 뒤에 남습니다. 생수나 정수한 물을 쓰면 맛이 훨씬 깨끗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미네랄이 적은 물은 맛이 납작해지고, 너무 센 물은 끝맛이 거칠어집니다. 집에서는 정수 물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디카페인 라떼로 마실 때의 비율
할리스 디카페인 커피를 우유와 함께 마시는 스타일로 좋아한다면, 드립보다 모카포트나 에어로프레스가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우유가 들어가면 커피의 산미와 향은 눌리고 고소한 바디감이 중요해집니다. 드립 커피를 연하게 내려 우유를 섞으면 커피우유처럼 흐려지기 쉽습니다.
에어로프레스를 쓴다면 원두 18g에 물 90g, 90도 물로 1분 20초 우린 뒤 눌러보면 좋습니다. 여기에 데운 우유 120~150g을 넣으면 부드러운 디카페인 라떼가 됩니다. 더 진하게 원하면 원두를 20g까지 올리되, 추출 시간을 무리하게 늘리지는 않습니다. 오래 우리면 진해지는 게 아니라 텁텁해지는 쪽으로 갑니다.
디카페인은 카페인이 적다는 장점 때문에 선택하지만, 맛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일반 원두처럼 아무렇게나 내려도 향이 버텨주는 타입은 아닙니다. 물 온도를 91도 근처에 두고, 원두를 조금 넉넉히 쓰고, 분쇄도를 한두 칸만 조절해도 컵이 꽤 달라집니다. 저는 밤에 마실 커피일수록 더 진하게보다 더 깨끗하게 내리는 쪽이 오래 질리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