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예가체프 g1 g2 차이 고르는 방법

로스터리에서 예가체프 두 봉지를 나란히 내어 드리면, 손님이 먼저 묻는 건 향보다 등급입니다. “G1이면 G2보다 훨씬 맛있나요?” 막상 같은 조건으로 내려 보면 차이가 분명한 날도 있고, 가공 방식이나 볶은 날짜가 맛을 더 크게 가르는 날도 있습니다.
G1과 G2는 무엇을 가리킬까
G는 Grade, 뒤의 숫자는 에티오피아 생두의 등급을 뜻합니다. 예가체프는 산지 이름이고 G1·G2는 그 산지에서 나온 생두를 선별하고 평가한 결과입니다. 로스팅 강도나 원두의 신선도를 표시하는 숫자는 아닙니다.
등급을 매길 때는 생두의 결점과 외관뿐 아니라 컵에서 느껴지는 품질도 봅니다. 생두 수입사 수카피나의 에티오피아 등급표에는 350g 시료 기준 결점이 G1은 0~4개, G2는 5~12개로 제시됩니다. 다만 결점 수를 설명하는 자료마다 시료 무게와 판정 방식이 다를 수 있어, 판매 페이지의 숫자 하나만 떼어 다른 기준과 비교하면 헷갈리기 쉽습니다.
결점이 적으면 볶을 때와 추출할 때 맛의 편차를 줄이기 유리합니다. 그렇다고 G1이라는 글자만으로 레몬 향이 난다거나 G2는 맛이 거칠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등급은 생두 상태를 읽는 단서이고,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은 그 뒤의 로스팅과 보관, 추출까지 거친 결과입니다.
맛을 비교할 땐 가공 방식부터 맞춘다
예가체프에서 자주 만나는 워시드는 과육을 제거하고 발효·세척한 뒤 말립니다. 향이 또렷하고 산미가 선명하게 느껴지는 편이라 재스민, 감귤, 차 같은 인상을 기대하는 분이 많습니다. 내추럴은 커피 체리를 통째로 말려 과일의 단맛이나 발효에서 오는 풍미가 더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둘 다 원두마다 다르고, 어느 쪽이 더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령 G1 내추럴과 G2 워시드를 마시고 “역시 G1이 과일 향이 진하다”고 말하면, 실제로는 등급보다 가공 방식의 차이를 먼저 맛봤을 가능성이 큽니다. 등급에 따른 차이를 알고 싶다면 같은 가공 방식, 비슷한 로스팅 정도의 원두를 비교해야 합니다. 같은 워시드끼리라면 G1에서 향의 경계가 조금 더 선명하거나 식은 뒤에도 컵이 깔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잘 선별된 G2가 더 부드럽고 단맛이 좋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지 표기가 ‘예가체프’에서 멈추는지, 생산 구역이나 워싱 스테이션까지 적혀 있는지도 봅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생산자, 수확 시기, 건조 상태에 따라 맛은 달라집니다. 봉지에 적힌 꽃 향이나 복숭아 향은 맛의 방향을 알려 주는 표현이지, 모든 사람이 똑같이 느껴야 하는 약속은 아닙니다.
구매할 때 등급보다 먼저 확인할 것
제가 손님께 봉지를 권할 때는 등급 다음으로 가공 방식과 로스팅 날짜를 봅니다. G1이라도 볶은 지 오래됐거나 개봉 후 오래 둔 원두라면 향이 옅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최근 볶은 G2는 집에서도 충분히 즐겁게 마실 수 있지요. 향을 비교하려고 산다면 200g 안팎의 작은 봉지가 편합니다. 한 번에 많이 사서 오래 두는 것보다 같은 상태에서 여러 번 내려 볼 수 있습니다.
- 맑은 꽃 향과 산뜻한 산미가 끌리면 워시드부터 고릅니다.
- 익은 과일 같은 향과 풍부한 단맛이 좋으면 내추럴을 봅니다.
- 가격 차이가 크다면 등급뿐 아니라 로스팅 날짜, 원두 정보, 평소 마시는 방식까지 함께 비교합니다.
G1의 가격에는 선별에 들어간 수고와 물량 차이가 반영될 수 있습니다. 향의 세밀한 차이를 천천히 즐긴다면 그 값을 낼 이유가 있습니다. 우유를 넣어 마시거나 진하게 추출하는 일이 많다면 마음에 드는 G2를 꾸준히 사는 편이 더 만족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비싼 그라인더를 새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쓰는 기구에서 분쇄도와 물 온도를 일정하게 맞추는 일이 먼저입니다.
집에서 두 등급을 비교하는 추출 방법
두 원두를 샀다면 조건을 맞춰 내려야 차이를 알아채기 쉽습니다. 핸드드립은 원두 15g에 물 240g, 물 온도 92℃로 시작합니다. 먼저 물 40g을 붓고 30초 기다린 다음, 남은 물을 두세 번에 나눠 부어 전체 추출 시간이 2분 30초에서 3분 정도가 되게 합니다. 같은 드리퍼와 필터를 쓰고, 가능하면 두 잔을 번갈아 마셔 보세요. 조금 식었을 때 향과 단맛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재미있습니다.
맛이 날카롭고 속이 빈 듯하면 분쇄를 조금 곱게 하거나 물 온도를 1~2℃ 올려 봅니다. 반대로 쓰고 입안이 마른다면 분쇄를 조금 굵게 해 보세요. 한 번에 여러 조건을 바꾸면 무엇이 맛을 바꿨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G1과 G2 모두 같은 조정 폭으로 비교하는 편이 낫습니다.
제게 좋은 예가체프는 등급표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첫 모금의 향이 마음에 들고, 잔이 식어 갈 때도 다시 손이 가는 원두입니다. G1과 G2의 차이를 알고 고르되, 마지막 기준은 늘 내가 마신 그 잔에 두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