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콜드브루 집에서 맛있게 만드는 방법

얼마 전 손님이 집에서 만든 오트콜드브루는 카페에서 마신 것보다 밍밍하고 텁텁하다고 했다. 가져온 사진을 보니 얼음이 가득한 잔에 연한 콜드브루와 오트 음료를 같은 양으로 부은 상태였다. 얼음이 녹을 자리까지 생각하면 커피 맛이 남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오트 음료는 고소하고 부드럽지만 커피의 향과 산미를 꽤 둥글게 만든다. 그래서 블랙으로 마실 때 맛있는 콜드브루를 그대로 섞으면 인상이 흐려질 수 있다. 집에서는 커피를 조금 진하게 만들고, 잔에 붓는 비율을 먼저 잡는 편이 쉽다.
원두와 오트 음료부터 고르기
처음 만든다면 초콜릿이나 견과류 향이 나는 중배전 원두가 다루기 편하다. 오트의 곡물 향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차갑게 마셔도 커피의 중심이 남는다. 과일 향이 뚜렷한 밝은 원두도 가능하다. 다만 오트 음료를 많이 넣으면 그 향이 가려지므로 커피 비율을 높여야 한다.
원두 봉투의 로스팅 날짜도 본다. 오래 두어 향이 옅어진 원두를 진하게 우려도 선명한 맛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갓 볶은 원두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개봉한 뒤에는 밀봉해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두고, 향이 살아 있을 때 조금씩 갈아 쓰는 쪽이 낫다.
오트 음료는 우선 무가당 제품으로 시작한다. 제품마다 단맛과 점도가 달라 같은 레시피도 맛이 바뀐다. 바리스타용 제품은 대체로 질감이 풍부해 커피가 더 둥글게 느껴지고, 가벼운 제품은 커피 향을 비교적 또렷하게 남긴다. 한 제품으로 비율을 잡은 뒤 다른 제품을 써야 차이를 알기 쉽다.
냉장고에서 콜드브루를 진하게 만들기
제가 집에서 오트콜드브루를 만들 때 시작하는 양은 원두 60g과 물 480g이다. 물보다 원두가 많은 1대 8 비율이라, 오트 음료와 얼음을 넣어도 맛이 남는다. 이 수치는 출발점이다. 같은 원두라도 분쇄도와 냉장고 온도에 따라 진하기가 달라진다.
- 원두 60g을 굵게 간다. 핸드드립보다 굵고, 굵은 설탕 알갱이보다 조금 큰 정도에서 시작한다.
- 깨끗한 뚜껑 달린 용기에 분쇄 원두와 차가운 물 480g을 넣고, 마른 가루가 보이지 않을 만큼만 저어 준다.
-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서 16~18시간 우린다. 꺼낸 뒤 체로 큰 가루를 걸러 내고 종이 필터로 한 번 더 거른다.
너무 곱게 갈면 여과가 느려지고 잔 바닥에 미세한 가루가 남아 텁텁해지기 쉽다. 반대로 맛이 얇다면 시간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다음번에 분쇄도를 한 단계 가늘게 바꿔 본다. 한 번에 여러 조건을 바꾸면 무엇 때문에 맛이 달라졌는지 알기 어렵다.
종이 필터가 없다면 고운 체나 깨끗한 천으로 걸러도 된다. 다만 미세한 가루가 조금 남을 수 있다. 고가의 전용 추출기보다 뚜껑 달린 용기와 잘 맞는 필터가 먼저다. 완성된 콜드브루는 깨끗한 병에 담아 냉장 보관하고, 저는 향이 무뎌지기 전인 2~3일 안에 마신다.
한 잔의 비율은 커피 100에 오트 120
잔 하나에는 콜드브루 100mL, 차갑게 둔 오트 음료 120mL, 얼음 80~100g을 넣는다. 얼음을 먼저 담고 오트 음료, 콜드브루 순서로 부으면 색이 천천히 섞인다. 보기에는 좋지만 맛을 판단할 때는 한두 번 저어 마시는 편이 정확하다. 위쪽만 마시면 커피가 진하고, 아래쪽은 오트 맛이 강할 수 있다.
첫 모금이 너무 묽으면 오트 음료를 100mL로 줄인다. 커피가 거칠게 튀면 오트 음료를 140mL까지 늘린다. 얼음을 많이 넣는 큰 잔이라면 처음부터 오트 음료를 더 붓기보다 녹은 뒤의 맛을 확인하는 게 좋다. 시럽을 넣고 싶다면 5mL 정도부터 시작한다. 오트 음료 자체의 단맛 때문에 생각보다 적은 양으로도 충분하다.
진한 질감을 좋아한다면 오트 음료를 붓기 전에 팩을 가볍게 흔든다. 냉장고에 오래 둔 제품은 성분이 가라앉아 첫 잔과 마지막 잔의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얼음 역시 갓 만든 깨끗한 얼음을 쓰면 냉동실 냄새가 커피 향을 덮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맛이 어긋났을 때 바꿀 순서
밍밍하다면 먼저 잔의 비율을 본다. 커피가 100mL인데 오트 음료가 180mL이고 얼음까지 많다면 추출을 바꾸기 전에 오트 음료를 줄이는 게 빠르다. 비율이 맞는데도 얇다면 다음 추출에서 분쇄도를 조금 가늘게 하거나 원두를 65g으로 늘린다.
텁텁하다면 필터에 남지 않은 미세 가루를 의심한다. 종이 필터로 다시 거른 뒤 마셔 보면 차이가 난다. 여과를 잘했는데도 끝맛이 무겁다면 원두의 로스팅 정도를 한 단계 밝게 바꾸거나 우린 시간을 2시간 줄여 본다. 신맛이 유난히 날카로우면 오트 음료와 원두의 조합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때는 중배전 원두로 바꾸는 편이 시간을 더 늘리는 것보다 맛의 방향을 크게 바꾼다.
스페셜티커피협회의 냉추출 감각 연구에서도 추출 온도만으로 맛을 단정하기 어렵고, 원두와 추출 농도가 함께 영향을 준다고 본다. 제 경험도 비슷하다. 오트콜드브루는 정해진 황금 비율을 찾는 일보다, 내가 쓰는 원두와 오트 음료에서 커피 맛이 어디까지 살아나는지 한 잔씩 맞춰 가는 일이 더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