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크림콜드브루 집에서 균형 있게 만드는 방법

로스터리에서 바닐라크림콜드브루를 마신 손님이 집에서는 크림 맛만 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가져오신 원두는 괜찮았어요. 다만 콜드브루를 연하게 내린 데다 크림을 단단하게 올려, 커피가 크림 아래에 따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 음료는 달콤한 크림도 좋지만, 한 모금 안에서 커피 맛이 함께 느껴질 때 더 맛있습니다.
한 잔에 필요한 양부터 맞추기
약 350mL 잔 한 개를 기준으로 콜드브루 원액 100g, 찬물 60g, 얼음 100~120g을 준비합니다. 크림에는 생크림 30g, 우유 25g, 바닐라 시럽 10g을 씁니다. 시럽은 제품마다 단맛이 달라서 처음엔 8g만 넣고 맛을 본 뒤 늘려도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원액은 원두와 물을 무게로 1대 8 정도 넣어 만든 콜드브루입니다. 이미 마시기 좋은 농도로 희석된 제품이라면 물 60g을 더하지 마세요. 같은 ‘콜드브루’라는 이름이어도 농도가 달라, 레시피의 숫자보다 먼저 확인할 부분입니다.
커피 맛이 크림에 묻히지 않도록 추출하기
직접 원액을 만들 때는 원두 75g에 물 600g을 붓습니다. 분쇄도는 핸드드립보다 굵게, 굵은 설탕 알갱이와 비슷하게 잡습니다. 물을 부은 뒤 마른 가루가 남지 않을 정도로만 젓고, 뚜껑을 덮어 냉장고에서 16~20시간 우립니다. 촘촘한 체로 한 번, 종이 필터로 한 번 거르면 잔 바닥의 가루가 훨씬 적어집니다. 원두가 물을 머금기 때문에 완성된 원액은 처음 부은 물보다 적게 나옵니다.
같은 원두라도 16시간쯤에는 맛이 가볍고, 20시간에 가까워지면 질감과 쓴맛이 조금 더 올라옵니다. 크림을 얹을 거라면 우선 18시간을 기준으로 잡아 보세요. 너무 밋밋하면 다음번에는 물을 더 줄이기 전에 분쇄도를 한 단계 곱게 하거나 시간을 2시간 늘리는 편이 원인을 찾기 쉽습니다. 떫고 텁텁하다면 반대로 조정합니다. 한 번에 여러 조건을 바꾸면 무엇이 맛을 바꿨는지 알기 어렵거든요.
원두는 중배전부터 중강배전 사이가 무난합니다. 견과류나 초콜릿 같은 맛이 나는 원두는 바닐라, 우유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산뜻한 과일 향을 좋아한다면 중배전 원두도 좋습니다. 다만 산미가 뚜렷한 커피에 달고 진한 크림을 많이 얹으면 두 맛이 따로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럴 때는 시럽을 조금 줄여 커피의 향이 남을 자리를 주는 쪽이 좋았습니다.
크림은 흐를 정도로만 섞기
차가운 생크림 30g, 우유 25g, 바닐라 시럽 10g을 작은 컵에 담고 거품기로 10~15초 정도 섞습니다. 숟가락으로 떠 올렸을 때 뿔이 서는 상태가 아니라, 걸쭉하게 흘러내리는 상태면 충분합니다. 손거품기를 써도 됩니다. 재료가 차가우면 짧게 섞어도 질감이 잘 잡힙니다.
크림을 오래 휘핑하면 첫 모금은 달지만 커피와 잘 섞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너무 묽으면 잔에 붓자마자 사라지죠. 우유 5g 차이만으로도 느낌이 달라지니, 크림이 무겁게 느껴지면 우유를 30g으로 늘려 보세요. 생크림을 더 넣기 전에 원하는 질감이 무엇인지 한 번 맛보는 게 빠릅니다.
바닐라 시럽이 없다면 같은 양의 일반 시럽에 바닐라 추출액 한두 방울을 섞을 수 있습니다. 바닐라 향을 진하게 만들려고 추출액을 많이 넣으면 쓴 향이 남을 수 있어요. 시럽의 역할은 단맛뿐 아니라 차가운 크림 속에 바닐라 향을 고르게 퍼뜨리는 데도 있습니다.
잔에 담고 첫 모금을 확인하기
잔에 얼음을 넣고 원액 100g과 찬물 60g을 부어 가볍게 저은 다음, 크림을 천천히 올립니다. 크림을 올리기 전 커피만 한 모금 맛보면 조절하기 쉽습니다. 조금 진하다 싶은 정도가 적당해요. 얼음이 녹고 크림이 섞이면 맛이 한 번 더 부드러워집니다.
첫 모금이 지나치게 달다면 다음 잔에서는 시럽을 2~3g 줄입니다. 커피 맛이 사라졌다면 크림을 더 진하게 만들기보다 원액을 10~20g 늘리고 물을 그만큼 줄여 보세요. 쓴맛이 오래 남으면 원액을 무조건 묽게 하기 전에 추출 시간과 원두의 로스팅 정도를 먼저 확인합니다. 물을 많이 부으면 쓴맛과 함께 좋은 향까지 옅어질 수 있습니다.
직접 만든 원액은 밀폐해 냉장 보관하고, 향이 선명할 때인 2~3일 안에 마시는 편을 권합니다. 크림은 마시기 직전에 섞는 게 좋고요. 손님들에게도 처음부터 특별한 장비를 권하지는 않습니다. 저울과 체, 작은 거품기만 있어도 농도와 질감을 충분히 맞출 수 있으니까요. 제 잔에서는 크림의 달콤함 뒤에 커피의 고소한 맛이 천천히 남을 때 가장 기분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