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카페인 함량 잔 크기부터 따져보는 방법

로스터리에서 손님이 “에스프레소는 진하니까 카페인도 훨씬 많겠죠?”라고 물으면, 저는 먼저 잔의 크기를 봅니다. 작은 잔에서는 맛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카페인을 얼마나 마셨는지는 원두를 몇 그램 썼고 완성된 커피를 얼마나 마셨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집에서 내린 커피도 마찬가지예요. 커피 카페인 함량을 알고 싶다면 ‘진한 맛’보다 원두 무게와 실제로 마신 양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한 잔의 숫자는 잔 크기와 함께 봅니다
유럽식품안전청이 제시한 대략적인 값은 필터커피 200mL에 카페인 90mg, 에스프레소 60mL에 80mg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일반적인 추출 커피 약 240mL를 80~100mg 정도로 안내합니다. 같은 이름의 커피라도 기준 용량이 다르면 숫자를 바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에스프레소 60mL와 필터커피 200mL를 나란히 놓으면 에스프레소 쪽이 훨씬 진합니다. 하지만 그 한 잔에 들어 있는 카페인 양은 비슷할 수 있어요. 반대로 에스프레소를 두 번 추출해 라테를 만들었다면 우유를 부어 맛이 부드러워져도 사용한 샷의 카페인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아메리카노에 물을 더 넣는 것도 농도를 낮출 뿐, 이미 추출된 카페인의 총량을 줄이지는 않죠.
여기서 말하는 수치는 평균을 이해하기 위한 기준입니다. 매장마다 샷에 쓰는 원두량이 다르고, 같은 드리퍼라도 몇 잔 분량을 한 컵에 담느냐가 다릅니다. 메뉴 이름만 보고 정확한 밀리그램을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집에서는 원두를 몇 그램 썼는지부터 적어봅니다
저는 손님에게 추출 기록을 권할 때 물 온도보다 먼저 원두 무게를 적게 합니다. 원두 15g으로 내린 커피와 25g으로 내린 커피를 같은 크기의 컵에 담으면, 물의 양이 비슷해도 카페인 양은 같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원두에 들어 있던 카페인이 모두 컵으로 옮겨지는 것은 아니지만, 출발점인 원두량이 달라졌으니까요.
분쇄도와 추출 시간도 영향을 줍니다. 더 곱게 갈거나 물과 오래 접촉시키면 카페인이 추출되는 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카페인은 비교적 잘 녹는 성분이라, 쓴맛이 두 배로 강해졌다고 카페인도 두 배가 되었다고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쓴맛에는 로스팅과 추출 과정에서 나온 다른 성분도 함께 관여합니다.
콜드브루도 이름만으로 함량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원두를 넣어 진하게 만든 원액인지, 그 원액을 물이나 얼음으로 얼마나 희석했는지에 따라 한 잔의 값이 달라집니다. 집에서 60g의 원두로 원액을 만들었다면 ‘콜드브루 한 병’이 아니라 몇 잔으로 나누어 마셨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병 전체의 원두 사용량을 적어두면 다음번에도 감을 잡기 쉽습니다.
다크 로스트와 디카페인을 고를 때
“어둡게 볶으면 카페인이 다 날아가나요?”라는 질문도 자주 듣습니다. 볶는 동안 원두의 무게와 부피는 달라지지만, 로스팅 색깔만으로 한 잔의 카페인 함량을 판단할 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같은 한 스푼을 떠도 밝게 볶은 원두와 어둡게 볶은 원두의 실제 무게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로스팅 정도를 비교할 때도 스푼 수보다 저울로 잰 그램 수가 유용합니다.
품종과 원두 배합 역시 변수가 됩니다. 로부스타는 일반적으로 아라비카보다 카페인이 많은 편이어서, 같은 양을 사용한 블렌드라도 원두 구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맛만 보고 배합 비율이나 카페인 함량을 알아맞힐 수는 없어요. 카페인을 조절하려고 원두를 산다면 로스팅 색깔보다 사용량과 배합 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디카페인은 카페인이 아예 없는 커피와는 다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디카페인 커피 약 240mL에도 보통 2~15mg이 들어 있다고 안내합니다. 평소 카페인에 민감하다면 디카페인으로 바꾼 뒤에도 하루에 몇 잔을 마셨는지 살피는 게 좋습니다. 맛이 연한 일반 커피보다 디카페인 원두로 평소처럼 추출한 한 잔이 카페인 양을 줄이는 데 더 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루에 마신 양은 커피 밖까지 셉니다
하루 섭취량을 볼 때는 아침 드립커피 한 잔만 떠올리기 쉽습니다. 오후 라테의 추가 샷, 차, 에너지음료까지 더하면 생각보다 숫자가 커집니다. 유럽식품안전청은 건강한 성인 일반 집단에서 하루 총 400mg까지를 안전성 우려가 낮은 수준으로 제시하지만, 이를 누구에게나 맞는 목표량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기관은 취침 가까이에 마신 100mg도 일부 성인의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임신 중에는 하루 총 카페인 섭취량을 200mg 이하로 보는 유럽식품안전청의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복용 중인 약이나 건강 상태,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에 따라서도 적절한 양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숫자를 맞추는 것보다 커피를 마신 뒤 잠이 늦게 오거나 두근거림이 있는지 함께 보는 편이 생활에는 더 쓸모 있습니다.
집에서 시작한다면 한동안 원두 무게, 마신 잔 수, 마신 시간을 짧게 적어보세요. 저는 손님이 오후 커피를 바꾸고 싶다고 할 때 장비를 권하기보다 먼저 그 기록을 함께 봅니다. 추출 맛을 다듬는 일과 카페인을 조절하는 일은 같은 잔에서 일어나지만, 살펴야 할 숫자는 조금 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