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비엔나커피 맛있게 만드는 방법

로스터리에서 비엔나커피를 마신 손님이 집에서 만들면 크림만 맛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같은 원두를 가져갔는데도 그랬죠. 만드는 과정을 들어보니 평소 마시던 아메리카노에 달게 휘핑한 크림을 듬뿍 올렸다고 했습니다. 크림 아래 커피가 너무 연하면 첫 모금은 맛있어도 뒤로 갈수록 단맛과 기름진 느낌만 남습니다. 집에서 만들 때는 크림을 올리기 전에 커피부터 조금 진하게 잡는 편이 좋습니다.
비엔나커피는 크림과 커피의 균형이 먼저입니다
국내 카페에서 비엔나커피라고 부르는 음료는 대체로 진한 커피 위에 휘핑크림을 얹은 형태입니다. 가게마다 에스프레소를 그대로 쓰기도 하고, 물을 더한 커피를 쓰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 맞다고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집에서 익숙한 큰 잔에 만들 거라면 커피의 농도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제가 집에서 시작할 때 권하는 분량은 에스프레소 36~40g, 뜨거운 물 100~120g, 액체 상태의 동물성 휘핑크림 60g입니다. 설탕은 크림에 5~7g 정도 넣습니다. 완성된 크림의 부피는 휘핑 정도에 따라 달라지니 무게로 계량하는 편이 편합니다. 240~300ml 잔을 쓰면 커피와 크림이 넘치지 않고 층도 보기 좋게 잡힙니다.
원두는 중배전에서 중강배전 사이가 무난합니다. 견과류나 초콜릿 같은 인상이 있는 커피는 유크림의 고소한 맛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산미가 선명한 원두도 쓸 수 있지만 크림을 달게 만들면 산미가 흐릿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 원두를 좋아한다면 설탕을 3~4g부터 넣어 맛을 보는 게 낫습니다. 비싼 원두보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맛이 크림 아래에서도 남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뜨거운 비엔나커피 한 잔 만드는 순서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다면 원두 18g을 담아 36~40g을 추출합니다. 추출 시간은 첫 시도에서 25~30초 정도를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같은 시간이라도 원두와 머신에 따라 맛은 달라지니 숫자보다 잔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는 일이 먼저입니다. 지나치게 쓰고 입안이 마르면 분쇄를 조금 굵게, 시고 얇게 느껴지면 조금 곱게 조절합니다.
잔에 뜨거운 물 100~120g을 담고 에스프레소를 더합니다. 커피가 식는 동안 차가운 크림 60g과 설탕 5~7g을 작은 볼에 넣어 휘핑합니다. 거품기를 들었을 때 크림이 천천히 접히며 흐르는 정도에서 멈춥니다. 단단하게 올린 크림은 숟가락으로 떠먹기에는 좋지만 커피와 함께 마시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거의 액체라면 커피 속으로 금방 섞여 층이 사라집니다.
크림은 잔 가장자리로 숟가락 등을 타고 천천히 부으면 표면에 올리기 쉽습니다. 바로 젓지 말고 잔을 기울여 마셔보세요. 차갑고 부드러운 크림을 지나 따뜻한 커피가 들어오는 순간이 이 음료의 재미입니다. 몇 모금 뒤 크림이 자연스럽게 섞이면 처음보다 둥글고 달게 느껴집니다. 그 변화까지 생각하면 처음의 커피는 평소 마시는 아메리카노보다 약간 진해야 합니다.
크림이 가라앉거나 너무 느끼할 때
크림이 바로 가라앉는다면 휘핑 정도부터 봅니다. 차갑게 보관한 크림을 쓰고, 흘러내리되 물처럼 쏟아지지 않을 만큼만 휘핑하면 올리기 수월합니다. 크림을 커피 한가운데에 세게 붓거나 표면을 여러 번 건드려도 층이 쉽게 깨집니다. 표면에 살짝 얹는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붓는 게 좋습니다.
느끼함이 오래 남는다면 크림 양을 60g에서 45~50g으로 줄여봅니다. 설탕도 함께 줄이기보다 먼저 크림 양만 바꿔야 어느 쪽이 문제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밋밋하면 물을 20g 덜 넣어 커피를 진하게 만듭니다. 손님들에게도 한 번에 원두와 크림과 물을 모두 바꾸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한 가지씩 바꿔야 다음 잔의 방향이 보이거든요.
크림을 오래 휘핑해 입자가 거칠어졌다면 더 휘핑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부드러운 크림을 조금 섞어 질감을 풀어볼 수는 있지만, 이미 버터처럼 뭉쳤다면 새로 만드는 쪽이 빠릅니다. 손거품기로도 한 잔 분량은 충분히 만들 수 있어 별도 장비를 살 필요는 없습니다. 볼과 크림을 차갑게 준비하면 작업이 한결 편합니다.
아이스로 만들거나 머신이 없을 때
아이스 비엔나커피는 얼음이 녹는 양을 계산해야 맛이 덜 흐려집니다. 잔에 얼음 80g과 차가운 물 80~100g을 담고 에스프레소 36~40g을 부은 뒤, 위의 방식으로 만든 크림 50~60g을 올립니다. 뜨거운 음료처럼 물을 120g까지 넣고 얼음도 채우면 마시는 동안 커피가 빠르게 연해집니다. 얼음이 많이 녹았다면 다음 잔에서는 물부터 20g 줄여보면 됩니다.
머신이 없다면 드리퍼로 진한 커피를 내려도 됩니다. 원두 18g에 물 160~180g을 사용하고, 평소보다 분쇄를 한 단계 곱게 해 약 2분 30초 안팎에 추출해 봅니다. 물 온도는 중배전 기준 92~94℃에서 시작하면 무난합니다. 추출액의 양은 드리퍼와 원두에 따라 달라지므로 완성된 커피를 먼저 맛보고, 너무 묵직할 때만 물을 조금 더합니다. 이 방식은 에스프레소로 만든 잔과 질감이 다르지만, 크림 아래 커피 향이 선명하게 남으면 충분히 맛있습니다.
원두를 산 날짜도 확인해 둡니다. 개봉한 원두를 오래 상온에 두었다면 분쇄나 물 온도를 조절해도 향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볶은 날짜를 확인하고, 집에서는 한두 주 안에 마실 양으로 나눠 밀폐해 두는 편이 관리하기 쉽습니다. 저는 비엔나커피를 만들 때 크림을 얼마나 높게 올렸는지보다 마지막 한 모금에도 커피 맛이 남는지를 봅니다. 그 잔은 화려하지 않아도 다시 마시고 싶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