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다방 아메리카노 집에서 비슷하게 만드는 방법

로스터리에서 손님이 빽다방 아메리카노처럼 진하고 고소한 커피를 집에서도 마시고 싶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가지고 온 원두는 꽤 좋았는데, 한 잔에 쓰는 양이 적고 물은 많이 붓고 있더군요. 같은 원두라도 추출한 커피와 물의 비율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맛이 납니다.
빽다방의 맛을 그대로 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매장에서 쓰는 블렌드와 장비, 추출 설정이 다르니까요. 대신 고소한 향과 묵직한 느낌을 기준으로 원두를 고르고, 한 잔씩 농도를 맞추면 익숙한 방향에 꽤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먼저 고소하고 진한 맛의 기준을 잡습니다
빽다방은 공식 커피 이야기에서 시그니처 블렌드를 브라질 원두와 스페셜티 원두의 조합으로 설명합니다. 향미 표현에는 다크초콜릿, 브라운슈가, 견과류, 크래커가 등장합니다. 집에서 비슷한 인상을 원한다면 밝은 과일 향이 중심인 원두보다 초콜릿과 견과류 쪽으로 설명된 원두가 출발점으로 편합니다.
다만 ‘진하다’는 말에는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입에 닿는 커피의 농도가 진할 수도 있고, 로스팅에서 오는 쌉쌀한 향이 강할 수도 있습니다. 원두를 아주 검게 볶으면 쓴맛은 쉽게 커지지만, 고소함과 단맛까지 같이 살아나지는 않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중강배전 원두를 권합니다. 봉투에 초콜릿, 캐러멜, 견과류 같은 표현이 있고 볶은 날짜를 확인할 수 있으면 고르기 쉽습니다.
원두를 산 날짜보다 볶은 날짜를 보는 편이 좋습니다. 볶은 지 하루 이틀 된 원두는 가스가 많아 추출이 흔들릴 수 있고, 너무 오래 열린 봉투는 향이 둔해집니다. 에스프레소용이라면 볶은 뒤 대략 5~14일 지난 원두부터 써 보고, 개봉한 뒤에는 밀봉해 서늘한 곳에 두세요. 이 기간은 절대적인 유통기한이 아니라 맛을 맞추기 쉬운 출발점입니다.
아이스는 커피를 진하게 뽑고 얼음으로 식힙니다
빽다방 공식 메뉴에 적힌 컵 용량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660㎖, 따뜻한 아메리카노 510㎖입니다. 이 숫자는 컵의 용량이므로 집에서 음료를 끝까지 채워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특히 아이스는 얼음이 공간을 차지하고 녹으면서 농도를 바꿉니다. 처음부터 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첫 모금부터 밋밋해집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다면 원두 18g으로 커피 36g을 약 25~30초에 추출하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450~500㎖ 컵에 얼음 180g, 차가운 물 180㎖를 담고 에스프레소를 부어 보세요. 이 수치는 매장의 공개 레시피가 아니라 집에서 농도를 찾기 위한 제 기준입니다. 처음엔 물을 적게 넣고 한 모금 마신 뒤 20~30㎖씩 더하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에스프레소가 얼음에 닿으면 향이 빠르게 올라오지만 얼음도 녹습니다. 그래서 물을 붓기 전 얼음부터 가득 채우는 방식은 잔마다 맛 차이가 큽니다. 저울이 있으면 얼음과 물을 따로 재어 보세요. 같은 컵을 써도 어제는 진하고 오늘은 연한 이유를 찾기가 쉬워집니다.
따뜻한 잔은 물의 양과 온도가 맛을 바꿉니다
따뜻하게 마실 때도 원두 18g에서 커피 36g을 뽑는 지점으로 시작합니다. 여기에 80~85℃ 정도의 물 220㎖를 붓고 맛을 보세요. 더 묵직하게 마시고 싶다면 물을 180㎖ 안팎으로 줄이고, 조금 부드럽게 마시고 싶다면 20~30㎖씩 늘리면 됩니다. 컵이 크다고 물을 끝까지 채우면 원하는 맛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팔팔 끓는 물을 바로 부으면 마시기 어려울 만큼 뜨거워서 쓴맛만 먼저 느껴지기도 합니다. 반대로 물이 너무 식으면 향이 잠잠해집니다. 같은 추출액을 두 잔으로 나눠 서로 다른 온도의 물을 부어 보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취향을 찾는 실험으로는 원두를 바꾸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듭니다.
머신이 없어도 비슷한 방향은 만들 수 있습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다면 모카포트나 진하게 내린 드립 커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모카포트는 바스켓에 원두를 채우되 꾹 누르지 말고 평평하게 고릅니다. 물은 기구의 안전밸브 아래까지 넣고 약불에서 추출하세요. 끓는 소리가 거칠어지기 전에 불에서 내려야 탄 듯한 맛이 덜 납니다. 추출액 45~60㎖에 물 150~200㎖를 더하고, 아이스로 마실 때는 물 일부를 얼음으로 바꾸면 됩니다.
드립 기구만 있다면 원두 25g에 물 200g을 써서 평소보다 진한 커피를 내린 뒤 얼음 120g 위로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물 온도는 90~93℃에서 시작하고, 분쇄도는 일반 드립보다 약간 가늘게 잡습니다. 에스프레소 특유의 질감까지 같아지지는 않지만, 고소한 원두를 쓰면 시원하고 선명한 아메리카노가 됩니다. 비슷한 맛을 위해 머신을 새로 살 필요는 없습니다.
맛이 시고 얇다면 원두를 조금 더 가늘게 갈거나 추출량을 늘려 보세요. 쓰고 텁텁하다면 반대로 조금 굵게 갈거나 추출을 일찍 멈춥니다. 추출한 커피 자체는 맛있는데 완성한 잔만 싱겁다면 분쇄도보다 물의 양을 먼저 줄이는 게 맞습니다. 한 번에 한 가지 수치만 바꾸면 다음 잔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집에서 이런 커피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적는 숫자는 비싼 장비의 가격이 아니라 원두 18g, 추출액 36g, 그리고 마지막에 더한 물의 양입니다. 그 세 가지가 일정해지면 좋아하는 빽다방 아메리카노의 어느 부분을 닮고 싶은지도 더 또렷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