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부드러운 밀크폼 만들기 방법

로스터리에서 카푸치노를 드신 손님이 집에서는 거품이 금방 꺼진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떤 우유를 쓰셨는지 여쭤보니 원두와 우유는 매장에서 쓰는 것과 같았습니다. 차이는 우유를 데우는 순서와 거품을 만드는 시간이었죠. 밀크폼 만들기는 거품을 많이 올리는 일보다, 작은 기포를 우유 전체에 고르게 섞는 일에 가깝습니다.
우유 온도부터 맞추면 거품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우유를 쓰는 편이 다루기 쉽습니다. 우유가 차가워야 공기를 넣고 기포를 섞을 시간이 생깁니다. 스팀 피처에는 우유를 전체 높이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만 담습니다. 너무 가득 채우면 우유가 돌 공간이 부족하고, 너무 조금 담으면 온도가 빠르게 올라갑니다.
제가 매장에서 목표로 잡는 완성 온도는 대체로 55~65℃입니다. 이 범위에서는 우유의 단맛이 편안하게 느껴지고 입안에서도 거품이 부드럽습니다. 70℃를 넘기면 뜨거운 우유 특유의 냄새가 도드라지고, 입술에 닿는 감촉도 거칠어지기 쉽습니다. 온도계가 없다면 피처 바닥을 손으로 계속 잡기 어려워지는 시점을 살피되, 처음 몇 번은 온도계를 쓰는 게 감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유 종류도 영향을 줍니다. 일반 우유는 단백질이 기포의 형태를 잡아주고 지방이 질감을 둥글게 만듭니다. 저지방 우유는 거품이 크게 부풀어도 입안에서 가볍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귀리 음료나 두유는 제품마다 단백질과 지방의 양이 달라 결과가 크게 다릅니다. 식물성 음료를 쓴다면 한 제품을 정해 온도와 공기 주입량부터 조절하는 편이 비교하기 쉽습니다.
스팀 완드가 있다면 공기는 짧게 넣습니다
스팀 완드를 사용할 때는 먼저 안에 고인 물을 잠깐 빼줍니다. 그다음 완드 끝을 우유 표면 바로 아래, 피처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둡니다. 스팀을 켰을 때 작게 종이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면 공기가 들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큰 물방울이 튀거나 요란한 소리가 난다면 끝이 너무 위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라테에 쓸 우유라면 차가운 우유에 공기를 넣는 시간을 보통 몇 초로 짧게 잡습니다. 우유 부피가 처음보다 약 20~30% 늘었다 싶으면 피처를 조금 올려 완드 끝을 더 깊이 잠기게 합니다. 이후에는 우유가 피처 안에서 한 방향으로 돌도록 위치를 맞춥니다. 이 회전이 큰 기포를 잘게 나누고 거품과 액체 우유를 섞어줍니다.
카푸치노처럼 거품이 조금 더 도톰한 잔을 원하면 공기를 약간 더 넣을 수 있습니다. 다만 거품 높이만 보고 오래 공기를 넣으면 위에는 뻣뻣한 거품, 아래에는 묽은 우유가 남습니다. 손님들이 말하는 ‘카페에서 마시던 크림 같은 질감’은 거품의 양보다 이 두 층이 섞인 상태에서 나옵니다.
스팀을 끈 뒤 피처를 작업대에 한두 번 가볍게 내려 큰 기포를 터뜨리고, 손목으로 피처를 둥글게 돌려 표면을 윤기 있게 만듭니다. 오래 세워두면 거품과 우유가 다시 갈라지니 바로 따르는 게 좋습니다. 완드 끝도 사용 직후 젖은 천으로 닦고 짧게 스팀을 빼줍니다. 다음 잔의 맛을 위해서도 필요한 습관입니다.
스팀기가 없을 때는 프렌치프레스가 편합니다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어도 프렌치프레스로 충분히 부드러운 밀크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유를 먼저 55~60℃ 정도로 데운 뒤 프레스 용기에 절반 이하로 붓습니다. 뚜껑을 닫고 플런저를 우유 표면 근처에서 짧고 빠르게 15~25회 움직여 공기를 넣습니다. 이어서 플런저를 우유 전체 깊이로 천천히 몇 번 움직이면 큰 기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힘을 주어 오래 펌핑할 필요는 없습니다. 40~50회씩 거칠게 움직이면 부피는 커지지만 거품이 건조하고 굵어질 때가 많습니다. 완성한 우유는 작은 피처나 입구가 있는 컵에 옮겨 담고, 바닥을 가볍게 친 다음 돌려서 따릅니다. 프레스 안에서 바로 붓는 것보다 거품의 흐름을 조절하기 쉽습니다.
손거품기나 뚜껑 있는 병도 쓸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런 도구는 공기를 넣기는 쉬워도 큰 기포를 잘게 섞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뜨거운 우유를 밀폐한 병에서 흔들면 압력과 화상 위험이 있으니 피하는 게 좋습니다. 기구를 하나만 고른다면 제가 프렌치프레스를 자주 권하는 이유는 가격보다도 거품을 만든 뒤 질감을 조절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잔에 따를 때 질감이 결정됩니다
잘 만든 밀크폼은 표면이 번들거리며 흰 페인트처럼 흐릅니다. 숟가락으로 떠서 얹어야 할 만큼 뻣뻣하다면 공기가 많이 들어갔거나 만든 뒤 오래 기다렸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표면에 거품이 거의 보이지 않고 우유만 묽게 흐르면 공기를 넣는 시간이 짧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에스프레소를 쓴다면 추출을 마치고 곧바로 우유를 붓습니다. 처음에는 컵을 약간 기울여 높은 위치에서 가늘게 부어 커피와 우유를 섞고, 잔이 차오르면 피처를 표면 가까이 내려 거품을 올립니다. 라테아트가 나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첫 모금부터 마지막 모금까지 거품과 우유가 따로 놀지 않는지가 더 좋은 기준입니다.
맛이 밋밋하다면 우유만 탓하기 전에 커피와 우유의 비율도 봅니다. 같은 에스프레소라도 우유를 150mL 넣은 잔과 250mL 넣은 잔은 커피의 향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원두와 잔 크기를 고정하고 우유 양을 조금씩 바꾸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야 밀크폼의 질감이 바뀐 건지, 커피가 연해진 건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만든 첫 잔이 매장처럼 매끈하지 않아도 자연스럽습니다. 저도 새 피처를 쓰면 우유가 도는 위치부터 다시 찾습니다. 우유를 차갑게 시작하고, 공기는 짧게 넣고, 따르기 전 한 번 돌려주는 것. 이 세 가지가 맞아떨어지면 평소 마시던 커피의 촉감이 꽤 선명하게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