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팅카페에서 내 입맛에 맞는 원두 고르는 방법

얼마 전 손님 한 분이 매장에서 마신 커피가 마음에 들어 같은 원두를 사 갔습니다. 사흘 뒤에는 집에서 내리니 맛이 다르다며 다시 오셨죠. 매장에서는 복숭아 같은 단맛이 났는데, 집에서는 시고 얇게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원두를 잘못 고른 게 아니었습니다. 쓰던 분쇄 원두가 조금 굵었고, 물도 끓인 뒤 오래 식혀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로스팅카페에서 원두를 고를 때는 매장에서 맛있게 마시는 것과 집에서 그 맛을 내는 일을 함께 생각하면 좋습니다.
먼저 평소 마시는 커피를 말해 주세요
로스팅카페에 들어가면 산지 이름과 가공 방식이 적힌 원두가 여러 가지 보일 겁니다.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같은 이름만 보고 고르기보다 평소 어떤 커피를 편하게 마시는지 말해 주는 편이 빠릅니다. 우유를 넣어 마시는지, 식은 뒤에도 천천히 마시는지, 산미가 좋았던 경험이 있는지도 좋은 단서입니다.
예를 들어 “신맛 없는 원두 주세요”라는 말은 사람마다 뜻이 다릅니다. 레몬처럼 또렷한 산미가 싫은 분도 있고, 덜 익은 과일처럼 거칠게 느껴지는 맛이 싫은 분도 있습니다. 저는 손님이 최근 맛있게 마신 커피 한 잔을 물어봅니다. 그러면 견과류와 초콜릿 쪽의 단맛을 찾을지, 꽃향기와 과일의 산미를 찾을지 범위가 좁아집니다.
처음 방문한 곳이라면 원두를 사기 전에 그 원두로 내린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뜨거울 때의 향만 보지 말고 조금 식었을 때도 마셔 보세요. 온도가 내려가면 단맛과 산미의 균형이 더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매장 한 잔의 맛이 원두의 성격 전부는 아닙니다. 물과 추출 방식에 따라 같은 원두도 인상이 달라집니다.
로스팅 정도와 날짜를 함께 보세요
밝게 볶은 원두는 원산지의 향과 산미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나고, 깊게 볶은 원두는 쓴맛과 볶은 향이 앞에 오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밝은 로스팅이 늘 시거나 깊은 로스팅이 무조건 고소한 것은 아닙니다. 생두의 성격과 볶는 방식이 함께 맛을 만듭니다. 진한 커피가 좋다는 손님에게도 저는 쓴맛을 원하는지, 입안에 남는 묵직함을 원하는지 먼저 묻습니다.
봉투에서는 로스팅 날짜를 확인하세요. 볶은 직후의 원두는 가스가 많이 남아 추출이 들쭉날쭉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밝게 볶은 원두는 며칠 쉬게 했을 때 맛이 차분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오래 둔 원두는 향이 옅어질 수 있죠. ‘볶은 지 며칠째가 가장 맛있다’는 하나의 숫자로 정하기 어렵습니다. 원두와 포장, 보관 상태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집에서 한 달에 200g 정도 마신다면 처음부터 여러 봉지를 사기보다 한 봉지씩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개봉한 원두는 공기와 빛, 열을 피해 봉투를 잘 닫아 서늘한 곳에 두세요. 매일 꺼내 쓰는 원두를 냉장고에 넣으면 온도 변화와 습기의 영향을 받기 쉽습니다. 오래 보관해야 한다면 한 번 쓸 양씩 밀봉해 냉동하는 방법이 있지만, 우선은 마실 만큼만 사는 습관이 간단합니다.
집에서 내릴 방법을 말하면 선택이 쉬워집니다
같은 원두도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에서는 다른 면이 보입니다. 핸드드립은 향과 산미의 차이를 느끼기 좋고, 에스프레소는 농도가 높아 쓴맛이나 질감이 더 강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우유를 주로 넣는다면 우유 속에서도 단맛과 향이 남는 원두를 함께 골라 달라고 해 보세요. 고가의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취향에 맞는 커피는 만들 수 있습니다.
집에서 핸드드립을 한다면 원두 15g에 물 240g을 시작점으로 잡아 보세요. 물 온도는 92~94℃ 정도, 전체 추출 시간은 2분 30초에서 3분 안팎을 기준으로 삼을 만합니다. 이것은 원두를 평가하는 출발점이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정답은 아닙니다. 밝게 볶은 원두가 시고 얇다면 물을 조금 더 뜨겁게 쓰거나 분쇄도를 약간 곱게 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쓰고 텁텁하면 분쇄도를 조금 굵게 바꾸는 쪽부터 살펴봅니다.
한 번에 물 온도, 분쇄도, 원두 양을 모두 바꾸면 무엇 때문에 맛이 달라졌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저는 손님에게 가장 아쉬운 맛 하나를 먼저 적어 두라고 합니다. ‘향은 좋은데 끝맛이 쓰다’처럼 짧게요. 다음 잔에서는 변수 하나만 바꾸면 자신의 취향과 원두의 성격을 조금씩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맛있었던 한 잔을 다음 방문의 기준으로 삼으세요
로스팅카페마다 같은 산지 원두를 다르게 볶고 내립니다. 그래서 원두 설명에 적힌 과일이나 초콜릿 이름을 정확히 찾아내려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 표현은 맛의 방향을 알려 주는 말에 가깝습니다. 한 모금 마셨을 때 산미가 편안한지, 식은 뒤에도 단맛이 남는지, 다시 마시고 싶은지가 더 실용적인 기준입니다.
마음에 든 원두가 생기면 원두 이름과 로스팅 날짜, 집에서 쓴 원두와 물의 양을 남겨 두세요. 다음에 로스팅카페를 찾았을 때 “지난번 것은 향이 좋았는데 집에서는 조금 가벼웠어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한 문장이 새로운 원두를 고르거나 분쇄도를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제가 13년 동안 원두를 볶으며 배운 것도 비슷합니다. 좋은 커피를 찾는 일은 비싼 장비나 어려운 표현보다, 자신이 맛있게 마신 한 잔을 기억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