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빌 커피머신 추천 내 추출 습관에 맞게 고르는 방법

로스터리에서 손님과 커피머신 이야기를 하면 먼저 묻는 게 있습니다. 하루에 몇 잔을 만들고, 그중 라떼가 몇 잔인지요. 같은 브레빌이라도 아침에 혼자 에스프레소 한 잔을 내리는 집과 주말마다 가족에게 라떼 네 잔을 만드는 집에는 편한 기계가 다릅니다. 브레빌 커피머신 추천을 부탁받을 때 제가 가격보다 먼저 사용 습관을 듣는 이유입니다.
그라인더가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에스프레소는 원두를 얼마나 곱게 갈았는지에 민감합니다. 분쇄도가 조금만 달라도 물이 커피를 통과하는 시간이 바뀌고, 같은 원두에서 시큼하거나 텁텁한 맛이 납니다. 이미 에스프레소용 분쇄도를 조절할 수 있는 그라인더가 있다면 머신과 그라인더를 따로 쓰는 밤비노 계열이 깔끔합니다. 그라인더가 없고 주방 한곳에서 분쇄부터 추출까지 끝내고 싶다면 바리스타 계열이 편하고요.
반대로 핸드드립용 그라인더만 있다면 에스프레소에도 쓸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눈금이 성기면 원하는 추출 시간 사이에서 분쇄도를 맞추기 어렵습니다. 머신에 예산을 모두 쓰고 분쇄 원두만 오래 보관하는 조합은 아쉽습니다. 향이 빠진 원두는 좋은 머신도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예산별로 고르면 차이가 더 잘 보입니다
브레빌 코리아 공식 표기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밤비노 BES450은 50만 원입니다. 폭이 약 19.5cm라 자리를 적게 차지하고, 가열 시스템은 약 3초 만에 추출 온도에 도달합니다. 스팀은 직접 다뤄야 합니다. 이미 괜찮은 그라인더가 있고 우유 거품을 만드는 과정도 즐긴다면 제일 먼저 볼 모델입니다. 다만 별도 그라인더 비용까지 더해 총액을 계산해야 합니다.
밤비노 플러스 BES500은 공식 표기 70만 원입니다. 폭은 약 19.4cm로 비슷하지만 자동 스팀 기능이 들어갑니다. 우유 온도와 거품 질감을 각각 3단계로 고를 수 있어 아침마다 라떼를 만드는 사람에게 차이가 큽니다. 에스프레소 맛 자체가 가격 차이만큼 저절로 좋아지는 선택이라기보다는, 우유 작업을 덜어 주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밤비노 계열에는 그라인더가 내장돼 있지 않습니다.
한 대로 시작하고 싶다면 바리스타 익스프레스 BES870이 공식 표기 120만 원입니다. 내장 그라인더의 분쇄 설정은 16단계이고, 우유 스팀은 수동입니다. 분쇄, 탬핑, 스팀을 직접 익히고 싶은 분에게 맞습니다. 130만 원인 바리스타 익스프레스 임프레스 BES876은 분쇄 설정이 25단계이며, 분쇄량을 보정하고 탬핑을 도와줍니다. 원두 가루를 흘리거나 매번 담는 양이 달라지는 일이 스트레스라면 10만 원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분쇄도를 맛에 맞춰 고르는 일까지 없애 주지는 않습니다.
속도가 중요하면 바리스타 프로 BES878도 볼 만합니다. 공식 표기 140만 원, 분쇄 설정은 30단계이며 약 3초 만에 가열되는 방식입니다. 출근 전 한 잔을 빠르게 만들고 싶지만 탬핑과 스팀은 직접 하고 싶을 때 어울립니다. 여럿의 라떼를 연달아 만드는 집이라면 220만 원인 듀얼 보일러 BES920의 쓰임이 다릅니다. 추출과 스팀을 동시에 할 수 있고 58mm 포터필터를 씁니다. 대신 그라인더를 따로 사야 하고 본체도 커집니다. 하루 한두 잔이라면 이 기능에 비용을 들일 필요는 적습니다.
편의 기능보다 매일 할 작업을 떠올려 봅니다
제가 손님에게 권하는 순서는 단순합니다. 그라인더가 있으면 밤비노, 라떼를 자주 만들면 밤비노 플러스입니다. 그라인더가 없고 작업대를 한 대로 채우고 싶으면 바리스타 익스프레스나 임프레스를 고릅니다. 손이 바쁜 아침에 예열 시간이 신경 쓰이면 바리스타 프로가 후보가 됩니다. 가격은 브레빌 코리아의 공식 표기이며 판매처와 시점에 따라 실제 구매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동 기능이 많을수록 손이 덜 가는 단계는 분명 있습니다. 그렇지만 원두가 바뀌면 분쇄도는 다시 맞춰야 합니다. 가령 같은 18g을 담아 36g을 받더라도, 원두가 바뀐 뒤 샷이 지나치게 빨리 떨어지면 전과 다른 맛이 납니다. 비싼 모델을 고르기 전에 내가 매일 귀찮아하는 일이 분쇄인지, 탬핑인지, 우유 스팀인지 구분하면 선택이 쉬워집니다.
머신을 들인 뒤 첫 잔은 이렇게 맞춥니다
처음에는 더블샷 바스켓에 원두 18g을 담고, 음료 36g이 나오도록 맞춰 봅니다. 저압으로 커피를 적시는 시간을 포함해 추출이 대략 25~35초 안에 들어오는지 확인하면 출발점을 잡기 좋습니다. 20초도 안 돼 물처럼 쏟아지면 분쇄도를 한 단계 곱게, 40초가 넘어도 몇 방울씩 떨어지면 굵게 조절합니다. 숫자는 맛을 찾기 위한 기준선일 뿐입니다. 산미가 선명한 원두는 조금 더 길게 뽑는 편이 좋을 수도 있고, 진한 로스팅 원두는 짧게 끊었을 때 쓴맛이 덜할 수도 있습니다.
물도 한 번 살펴볼 만합니다. 염소 냄새가 강한 물은 향을 가리고, 미네랄이 지나치게 많은 물은 머신 안에 스케일을 남깁니다. 필터를 쓴 물로 시작하고 물탱크와 스팀봉을 자주 씻는 편이 맛에도 관리에도 낫습니다. 또 가열 표시가 3초라고 해서 차가운 포터필터와 잔까지 따뜻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첫 샷 전에 물을 조금 흘려 바스켓과 잔을 데우면 맛의 흔들림이 줄어듭니다.
원두는 볶은 날짜를 보고 소량씩 사는 게 좋습니다. 갓 볶은 원두가 늘 에스프레소에 좋은 것은 아닙니다. 가스가 많이 남아 있으면 추출이 들쭉날쭉할 수 있어, 저는 보통 로스팅 뒤 며칠 쉬게 한 원두부터 맛을 봅니다. 같은 머신에서도 원두와 분쇄도, 물을 차례로 맞춰 가면 어느 순간 집에서 내린 잔의 향이 또렷해집니다. 그때는 머신 이름보다 내가 좋아하는 맛이 먼저 기억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