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드립커피 고르고 집에서 비슷하게 내리는 방법

얼마 전 아침 손님이 맥도날드 드립커피를 마시고는 집에서도 이렇게 편하게 넘어가는 커피를 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화려한 향을 찾는 분도 있지만, 빵 한 입 먹고 다시 마셨을 때 부담 없는 한 잔을 좋아하는 분도 많습니다. 로스터리에서 13년 동안 커피를 내리며 느낀 건, 그런 맛일수록 원두 이름보다 농도와 온도가 더 크게 들린다는 점입니다.
드립커피와 아메리카노부터 구분하기
맥도날드 메뉴에는 드립커피와 아메리카노가 따로 있습니다. 드립커피는 분쇄한 원두에 물을 통과시켜 얻는 방식이고,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더하는 방식입니다. 같은 검은 커피라도 입안에 남는 질감과 향이 퍼지는 속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어느 쪽이 더 진하거나 맛있다고 방식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원두, 추출 비율, 제공 온도가 함께 맛을 바꾸니까요.
맥도날드가 공개한 영양정보의 표준 용량을 보면 따뜻한 드립커피 미디엄은 330㎖에 카페인 164㎎, 라지는 420㎖에 206㎎입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미디엄은 330㎖에 192㎎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컵 크기가 같아도 카페인 양이 같지 않은 셈입니다. 실제 제공량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숫자는 한 잔을 고를 때의 기준 정도로 보면 좋겠습니다.
주문할 때는 크기와 시럽을 먼저 보기
처음 맛을 비교한다면 따뜻한 드립커피 미디엄을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마시는 편이 편합니다. 한 모금을 삼킨 뒤 바로 평가하기보다 2~3분쯤 두었다가 다시 마셔보면 단맛과 쓴맛의 균형이 달라집니다. 너무 뜨거울 때는 향을 느끼기 어렵고, 식으면서 거친 맛이 또렷해질 수도 있습니다. 커피가 식을수록 유난히 텁텁하다면 그날의 맛이 내 취향과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죠.
아이스 드립커피는 얼음이 녹는 시간도 맛에 들어갑니다. 맥도날드 영양정보에는 시럽 없는 아이스 드립커피 미디엄이 400㎖, 카페인 168㎎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단맛 없이 커피 자체를 비교하고 싶다면 시럽 유무를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차가운 커피의 쓴맛이 부담스럽다면 시럽을 더하는 것도 취향입니다. 다만 첫 잔부터 넣으면 커피의 원래 농도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아침 식사와 함께 마실 때는 첫 세 모금을 음식보다 먼저 마셔봅니다. 그다음 달걀이나 빵을 먹고 다시 마시면 커피가 한결 부드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음식의 기름기와 단맛이 커피 인상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매장에서 마신 한 잔을 기억할 때도 ‘쓴맛이 강했다’보다 ‘무엇과 함께, 어느 온도에서 마셨는지’를 적어두면 집에서 맞추기가 쉬워집니다.
집에서는 원두보다 농도부터 맞추기
매장과 완전히 같은 맛을 내려면 원두뿐 아니라 분쇄와 추출 설비까지 알아야 합니다. 집에서는 특정 향을 복제하기보다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농도를 목표로 잡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시작점으로 중배전에서 중강배전 원두 18g에 물 300g을 권합니다. 물 온도는 90~93℃, 추출 시간은 뜸 들이기를 포함해 2분 30초에서 3분 30초 정도로 잡습니다. 드리퍼와 필터 종류에 따라 속도는 달라지므로 시간은 합격선이 아니라 조정할 단서입니다.
- 원두를 18g 계량하고 중간 굵기로 갑니다. 설탕보다 굵고 굵은소금보다는 고운 정도에서 시작합니다.
- 필터를 물로 헹군 뒤 원두를 담습니다. 물 40g을 붓고 30초 동안 적십니다.
- 남은 물을 두세 번에 나눠 부어 총 300g을 채웁니다. 물줄기는 원두층을 심하게 파헤치지 않을 만큼 가늘게 유지합니다.
- 다 내린 뒤 맛을 보고, 진하면 물을 20~30g 더하거나 다음번 원두를 1~2g 줄입니다.
집에서 내린 커피가 시고 묽다면 먼저 분쇄를 조금 곱게 해봅니다. 쓰고 입안이 마르는 느낌이면 조금 굵게 갑니다. 한 번에 원두량, 물 온도, 분쇄도를 모두 바꾸면 무엇이 맛을 바꿨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같은 원두로 두세 잔만 기록해도 내 입에 맞는 지점이 보입니다.
원두를 산 날짜와 물맛도 확인하기
손님이 집에서는 그 맛이 안 난다고 할 때 제가 가장 먼저 묻는 건 원두를 언제 샀는지입니다. 개봉한 원두를 몇 주씩 상온에 두면 처음 맡았던 향이 약해지고, 똑같은 레시피로 내려도 맛이 평평하게 느껴집니다. 작은 봉투로 사서 밀봉하고, 햇빛과 열을 피해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납니다. 분쇄 원두라면 향이 더 빨리 빠지므로 한 번에 많이 사기보다 마실 만큼만 사는 편이 낫습니다.
물도 빼놓기 어렵습니다. 평소 마시는 물에서 염소 냄새가 나거나 미네랄 맛이 강하다면 커피에서도 그 인상이 남을 수 있습니다. 먼저 같은 원두와 레시피로 물만 바꿔 두 잔을 내려보면 차이를 알아차리기 쉽습니다. 비싼 그라인더를 사기 전에 원두의 신선도, 물 온도, 분쇄도부터 맞춰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맥도날드 드립커피가 마음에 들었다면 그 맛을 ‘평범하다’고 넘길 필요는 없습니다. 매일 마실 커피에 바라는 게 선명하다는 뜻이니까요. 저는 좋은 커피의 기준이 향의 개수보다도, 다음 날 아침 다시 손이 가는지에 있을 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