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브루 커피 맛있게 만드는 방법, 집에서 묽지 않게 내리려면 이렇게

처음엔 원두보다 물맛과 시간 차이가 큽니다
얼마 전 매장 손님이 콜드브루를 직접 만들어 왔습니다. 향은 괜찮은데 맛이 꼭 보리차처럼 얇다고 하더군요. 원두를 보니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볶은 지 9일 된 브라질 내추럴이었고, 향도 살아 있었어요. 그런데 물 1리터에 원두 50g, 냉장고에서 6시간. 이 조건이면 커피라기보다 향이 살짝 밴 물에 가깝습니다.
콜드브루 커피는 뜨거운 물로 2~3분 안에 성분을 뽑아내는 방식이 아닙니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녹여내기 때문에 원두 양, 분쇄도, 시간의 영향이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같은 원두라도 10시간과 18시간은 단맛의 두께가 다르고, 분쇄도가 조금만 고와져도 떫은 끝맛이 올라옵니다.
저는 집에서 처음 만드는 분에게 물과 원두 비율을 먼저 고정하라고 말합니다. 변수 하나만 바꿔야 맛의 이유가 보입니다. 처음부터 원두도 바꾸고, 시간도 바꾸고, 물도 바꾸면 무엇 때문에 맛이 좋아졌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기본 비율은 원두 1, 물 8부터 잡으면 편합니다
집에서 가장 다루기 쉬운 콜드브루 커피 비율은 원두 1에 물 8입니다. 원두 100g이면 물 800g입니다. 이 농도는 바로 마시기엔 조금 진하고, 얼음이나 물을 더해 마시기에 좋습니다. 매장에서 원액처럼 쓰는 농도는 1:5나 1:6까지도 잡지만, 집에서는 여과가 힘들고 낭비도 생깁니다.
처음 레시피는 이렇게 잡으면 안정적입니다.
- 원두 80g
- 물 640g
- 분쇄도: 핸드드립보다 조금 굵게, 프렌치프레스보다 살짝 곱게
- 추출 시간: 냉장 14~16시간
- 여과 후 숙성: 냉장 2~4시간
물 온도는 차가운 물을 바로 써도 됩니다. 다만 향을 조금 더 또렷하게 내고 싶다면 상온 물로 섞은 뒤 30분 정도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는 방식도 괜찮습니다. 완전히 뜨거운 물을 붓는 순간 콜드브루라기보다 아이스 침출 커피에 가까워지고, 산미와 쓴맛이 예상보다 빨리 나옵니다.
물은 생수나 정수물이 무난합니다. 너무 연한 물을 쓰면 단맛이 둥글게 퍼지지 않고, 미네랄이 강한 물은 쓴맛이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집에서 쓰는 물이 커피 맛을 자주 탁하게 만든다면, 같은 원두로 생수 한 병만 바꿔 비교해도 차이가 꽤 납니다.
분쇄도는 굵게, 하지만 너무 굵으면 밍밍합니다
콜드브루 커피에서 가장 자주 보는 실수는 분쇄도를 너무 굵게 잡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오래 담가두니까 굵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굵으면 단맛이 나오기 전에 향만 빠지고 몸통이 비어버립니다. 반대로 너무 곱게 갈면 여과가 느려지고, 컵 바닥에 미분이 남아 텁텁합니다.
핸드드립을 설탕 입자보다 약간 굵은 정도로 쓴다면, 콜드브루는 그보다 20~30퍼센트 굵게 생각하면 됩니다. 전동 그라인더 숫자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제품마다 기준이 다르니까요. 대신 손으로 만졌을 때 굵은 소금보다 살짝 작고, 손가락 사이에 가루가 많이 묻어나지 않는 정도가 출발점입니다.
맛으로 판단하면 더 쉽습니다. 16시간을 우렸는데도 물처럼 얇고 견과 향만 살짝 난다면 분쇄도를 조금 곱게 하거나 원두 양을 늘립니다. 초콜릿 같은 쓴맛이 무겁고 혀가 마른다면 분쇄도를 굵게 하거나 시간을 줄입니다. 콜드브루는 산미가 약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밝게 볶은 에티오피아나 케냐를 쓰면 차가운 과일차 같은 산미도 충분히 나옵니다. 다만 너무 오래 우리면 그 산뜻함이 갈색 설탕 같은 무거운 단맛에 눌립니다.
원두는 신선할수록 좋지만, 볶은 당일은 조금 급합니다
콜드브루 커피에 오래된 원두를 쓰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솔직히 절반만 맞습니다. 뜨거운 물로 내릴 때보다 결점이 덜 튀는 건 사실입니다. 산패한 기름 냄새나 눅진한 종이 냄새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차갑게 마시면 온도가 낮아 향이 덜 올라올 뿐, 뒷맛에는 남습니다.
저는 콜드브루용 원두를 볶은 뒤 5~20일 사이에서 많이 씁니다. 강배전은 4일만 지나도 꽤 안정되고, 중배전은 7일 전후가 좋습니다. 볶은 당일 원두는 가스가 많아 물과 고르게 닿지 않고, 추출 후에도 향이 조금 들떠 있습니다. 반대로 한 달 넘게 열린 봉투에 있던 원두는 단맛보다 나무껍질 같은 건조한 맛이 납니다.
산지별로는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처럼 견과류와 카카오 느낌이 있는 원두가 실패 확률이 낮습니다. 에티오피아 내추럴은 딸기잼이나 와인 같은 향이 좋아서 매력적이지만, 분쇄도가 고우면 발효 향이 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케냐나 르완다처럼 산미가 선명한 원두는 물을 타지 말고 얼음 위에 바로 부어 마시면 장점이 잘 보입니다.
집에서 만들 때는 위생과 보관이 맛을 지킵니다
콜드브루는 긴 시간 물에 담가두는 커피입니다. 그래서 맛만큼 위생도 중요합니다. 병은 뜨거운 물로 한 번 헹구고 완전히 말린 뒤 쓰는 게 좋습니다. 원두와 물을 섞을 때는 금속 숟가락으로 바닥까지 천천히 저어줍니다. 위에 뜬 가루가 오래 마른 상태로 남으면 추출이 균일하지 않습니다.
여과는 종이 필터를 한 번 거치면 가장 깔끔합니다. 프렌치프레스나 금속 필터만 쓰면 오일감은 좋지만 냉장 보관 중에 맛이 빨리 무거워집니다. 저는 먼저 체나 금속 필터로 큰 가루를 빼고, 그다음 종이 필터로 천천히 거르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컵이 맑아집니다.
보관은 냉장 3일 안쪽이 가장 좋습니다. 5일까지도 마실 수는 있지만 향이 확실히 둔해집니다. 특히 과일 향이 좋은 원두는 둘째 날까지가 예쁩니다. 진하게 만든 원액은 마실 때 물이나 우유를 1:1로 섞으면 편하고, 얼음을 많이 넣는다면 원액 120g에 물 80g 정도가 맛이 덜 무너지더군요.
맛 조절은 숫자 하나씩만 바꾸면 됩니다
처음 레시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한 번에 많이 바꾸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묽으면 원두를 10퍼센트 늘리거나 시간을 2시간 늘립니다. 쓰면 시간을 2시간 줄이거나 분쇄도를 한 단계 굵게 갑니다. 향은 좋은데 단맛이 부족하면 물을 조금 덜 쓰는 쪽이 빠릅니다.
우유에 섞어 마실 목적이라면 1:6 비율이 낫습니다. 원두 100g에 물 600g 정도입니다. 이때는 중강배전 원두가 힘을 잘 냅니다. 산미가 높은 원두를 우유에 넣으면 요구르트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 맛을 좋아하는 분도 있고 어색하게 느끼는 분도 있습니다. 취향의 문제지만, 처음이라면 카카오와 견과류 계열이 편합니다.
콜드브루 커피는 어려운 추출이 아닙니다. 다만 대충 만들어도 된다는 커피도 아닙니다. 원두 80g, 물 640g, 냉장 15시간. 이 숫자에서 시작하면 집에서도 꽤 안정적인 맛이 나옵니다. 몇 번만 기록해두면 내 냉장고 온도와 내 그라인더에 맞는 지점이 보입니다. 그때부터는 레시피를 따라가는 느낌보다, 내가 원하는 농도와 향을 맞춰가는 재미가 생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