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콜드브루 맛있게 만드는 방법, 물맛부터 추출 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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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콜드브루 맛있게 만드는 방법, 물맛부터 추출 시간까지

얼마 전 단골 손님이 콜드브루 병을 들고 와서 제게 한 모금만 봐달라고 했습니다. 향은 괜찮은데 끝맛이 텁텁하고, 냉장고 냄새 같은 것도 살짝 올라오더군요. 원두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분쇄도와 물, 그리고 너무 긴 추출 시간이었습니다.

콜드브루는 뜨거운 물을 쓰지 않으니 쉬워 보입니다. 근데 막상 집에서 만들면 카페에서 마시던 맑고 달큰한 맛이 잘 안 납니다. 뜨거운 핸드드립보다 변수는 적어 보이지만, 하나가 틀어지면 맛이 꽤 오래 남습니다. 특히 12시간 넘게 우러나는 커피라 작은 실수가 크게 느껴집니다.

콜드브루는 진하게 우리는 커피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콜드브루를 만들 때 원두를 많이 넣고 오래 두면 맛있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 방식은 진한 커피가 아니라 무겁고 쓴 커피로 가기 쉽습니다. 콜드브루의 좋은 맛은 진득함보다 깨끗함에 가깝습니다. 산미는 부드럽게 눌리고, 단맛은 길게 남고, 쓴맛은 뒤에서 얌전히 받쳐주는 쪽이 좋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원두와 물 비율을 1:8로 잡으면 무난합니다. 원두 50g이면 물 400g입니다. 이 농도는 얼음과 섞어 마시기에도 괜찮고, 물이나 우유를 조금 더해도 맛이 흐려지지 않습니다. 더 가볍게 마시고 싶다면 1:10, 라떼처럼 우유에 섞을 목적이면 1:6 정도까지도 씁니다.

  • 블랙으로 바로 마실 때: 원두 40g, 물 400g
  • 얼음 넣고 마실 때: 원두 50g, 물 400g
  • 우유에 섞을 때: 원두 60g, 물 360g

여기서 중요한 건 부피가 아니라 무게입니다. 계량스푼으로 대충 맞추면 원두 종류와 로스팅 정도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밝게 볶은 원두는 밀도가 높아 같은 한 스푼이어도 무게가 더 나갈 수 있고, 깊게 볶은 원두는 부피가 커도 실제 무게는 가볍습니다. 저울 하나만 있어도 콜드브루 맛은 꽤 안정됩니다.

분쇄도는 굵게, 하지만 너무 굵으면 밍밍합니다

콜드브루용 분쇄도는 보통 프렌치프레스보다 살짝 가늘거나 비슷한 정도가 좋습니다. 설탕 알갱이보다 크고, 굵은 소금보다는 조금 고른 느낌이면 시작점으로 괜찮습니다. 너무 곱게 갈면 쓴맛과 떫은맛이 빨리 나오고, 여과할 때 미분이 많이 빠져나와 입안이 탁해집니다.

반대로 너무 굵으면 향은 약하고 맛은 빈 듯합니다. 손님들이 집에서 만든 콜드브루를 두고 “향이 안 난다”고 말할 때, 의외로 분쇄도가 지나치게 굵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과 닿는 면적이 부족하니 12시간을 두어도 단맛이 충분히 나오지 않습니다.

분쇄도를 조절할 때는 한 번에 크게 바꾸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같은 원두, 같은 물, 같은 시간으로 두고 분쇄도만 한 단계씩 움직여야 맛의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텁텁하고 목 뒤가 마르면 조금 굵게, 싱겁고 향이 얇으면 조금 가늘게 가면 됩니다.

물은 4도보다 15도가 더 말을 잘 듣습니다

냉장고에 넣고 처음부터 끝까지 추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위생적으로 안정적이고 실패가 적습니다. 다만 맛만 놓고 보면 너무 차가운 물은 추출 속도가 느립니다. 냉장 4도에서 12시간 둔 커피는 깔끔하지만 향이 덜 열릴 수 있습니다.

제가 집에서 권하는 방식은 실온에서 2시간 정도 젖게 만든 뒤 냉장고로 옮기는 방법입니다. 물 온도는 처음에 15~20도 정도면 충분합니다. 뜨거운 물을 쓰면 콜드브루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이 흐려질 수 있으니, 상온의 생수나 정수 물이 좋습니다.

물맛도 꽤 중요합니다. 수돗물 냄새가 느껴지는 지역이라면 그대로 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커피는 대부분이 물이라, 물에서 나는 염소 냄새나 금속 느낌이 추출 후에도 남습니다. 생수를 쓴다면 미네랄이 너무 강한 물보다 중간 정도의 부드러운 물이 잘 맞습니다. 너무 단단한 물은 쓴맛을 두껍게 만들고, 너무 밋밋한 물은 단맛이 약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추출 시간은 10~14시간 안에서 찾습니다

콜드브루를 24시간씩 우리는 레시피도 있습니다. 업장에서는 농축액을 만들거나 대량 추출을 할 때 그렇게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10~14시간 사이가 다루기 쉽습니다. 특히 중강배전 원두라면 12시간 전후에서 단맛과 쓴맛의 균형이 잘 잡힙니다.

밝은 로스팅 원두는 14시간까지 가도 괜찮습니다. 대신 산미가 도드라지는 에티오피아 내추럴 같은 원두는 너무 오래 두면 과일 향이 탁해질 때가 있습니다.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처럼 견과류와 초콜릿 느낌이 있는 원두는 콜드브루에 잘 맞는 편입니다. 깊게 볶은 원두는 10시간만 넘어도 쓴맛이 빠르게 올라올 수 있습니다.

  • 밝은 로스팅: 12~14시간
  • 중간 로스팅: 11~13시간
  • 중강배전 이상: 9~12시간

시간을 재는 기준은 물을 붓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원두 전체가 젖지 않은 상태로 오래 떠 있으면 추출이 고르지 않습니다. 처음 물을 절반 정도 붓고 숟가락이나 스틱으로 천천히 저어준 뒤, 나머지 물을 부으면 좋습니다. 세게 휘저으면 미분이 많이 생겨 여과가 탁해질 수 있으니 부드럽게 적시는 정도면 됩니다.

거름망보다 보관이 맛을 더 망칠 때가 있습니다

추출이 끝나면 원두 찌꺼기를 바로 분리해야 합니다. “조금 더 진해지겠지” 하고 담가두면 쓴맛과 나무 껍질 같은 맛이 올라옵니다. 금속 필터는 오일감이 살아 있어 묵직하고, 종이 필터는 맑고 깨끗합니다. 처음 만든다면 종이 필터로 한 번 더 걸러보는 쪽을 권합니다. 냉장 보관 중에도 맛이 덜 탁해집니다.

보관 병은 냄새가 정말 중요합니다. 김치, 양파, 반찬 냄새가 배어 있는 냉장고라면 밀폐가 약한 병에서 바로 티가 납니다. 유리병을 뜨거운 물로 헹구고 완전히 식힌 뒤 담으면 잡향이 줄어듭니다. 만든 콜드브루는 3일 안에 마시는 게 가장 좋고, 길어도 5일은 넘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산뜻한 향은 먼저 빠지고, 무거운 쓴맛만 남습니다.

마실 때는 원액 1에 물 1을 더해 시작하면 됩니다. 얼음이 녹는 것까지 생각하면 처음부터 너무 묽게 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우유에 섞을 때는 원액 1, 우유 2 정도가 편합니다. 단맛이 부족하면 시럽을 넣기 전에 분쇄도와 원두 날짜를 먼저 봐야 합니다. 볶은 지 두 달 넘은 원두로는 아무리 비율을 맞춰도 향이 납작하게 나옵니다.

집에서 콜드브루를 잘 만들려면 특별한 기구보다 기록이 더 쓸모 있습니다. 원두 이름, 볶은 날짜, 분쇄도, 물 비율, 추출 시간을 적어두면 다음 병이 달라집니다. 커피 맛은 감으로 시작해도 좋지만, 다시 맛있게 만들려면 숫자가 필요합니다. 저는 콜드브루가 여름용 커피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잘 만든 한 병은 아침에 얼음 없이 조금 따라 마셔도 조용하고 달큰해서, 뜨거운 커피와는 다른 리듬을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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