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원두 맛있게 고르는 방법: 향은 살리고 카페인은 낮추려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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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 원두 맛있게 고르는 방법: 향은 살리고 카페인은 낮추려면 이렇게

디카페인 원두를 고를 때 먼저 봐야 할 것

얼마 전 단골 손님이 저녁에 마실 커피를 찾으러 오셨는데, 디카페인은 왠지 싱겁고 종이 맛이 날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사실 예전에는 그런 원두가 꽤 많았습니다. 향은 빠지고 단맛은 흐릿하고, 뒷맛에 마른 나무 같은 느낌이 남는 경우도 있었죠. 그런데 요즘 디카페인 원두는 처리 방식과 생두 품질이 좋아져서, 잘 고르면 일반 원두와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디카페인 원두를 볼 때 저는 세 가지를 먼저 봅니다. 카페인을 어떻게 뺐는지, 로스팅 날짜가 언제인지, 그리고 로스팅 정도가 너무 과하지 않은지입니다. 카페인은 낮췄지만 커피는 결국 향미 식품입니다. 향을 잃으면 그냥 뜨거운 갈색 물이 되기 쉽습니다.

일반적으로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을 97% 안팎 제거한 원두를 말합니다. 완전히 0은 아닙니다. 보통 한 잔에 아주 적은 양의 카페인이 남아 있을 수 있어요. 밤에 잠이 예민한 분이라면 이 차이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일반 커피 한 잔보다 부담은 확실히 낮습니다.

처리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디카페인 원두는 카페인을 빼는 과정에서 맛이 바뀝니다. 이걸 모르면 브랜드 설명만 보고 고르게 되는데, 실제 잔에서는 꽤 차이가 납니다.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

물과 활성탄 필터를 이용해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설명이 깨끗해서 소비자들이 가장 편하게 받아들이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맛은 대체로 부드럽고 깔끔합니다. 산미가 아주 선명하게 살아난다기보다는, 둥글고 편안한 컵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처럼 단맛과 견과류 느낌이 있는 원두와 잘 맞습니다.

슈가케인 프로세스

사탕수수에서 유래한 성분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콜롬비아 디카페인에서 자주 보입니다. 제 경험상 이 방식은 단맛이 꽤 잘 남습니다. 카라멜, 흑설탕, 말린 과일 같은 인상이 나오기 쉬워요. 다만 로스팅을 너무 진하게 가져가면 그 장점이 금방 탄맛으로 덮입니다.

이산화탄소 방식

고압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카페인을 제거합니다. 향미 보존력이 좋은 편이라 스페셜티 디카페인에서 종종 만납니다. 가격은 조금 올라갈 수 있지만, 산미와 향을 조금 더 또렷하게 느끼고 싶다면 좋은 선택지가 됩니다.

방식 자체가 맛을 전부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스위스 워터라도 생두 품질과 로스팅에 따라 컵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도 처음 고를 때는 처리 방식이 꽤 좋은 힌트가 됩니다.

로스팅 날짜와 배전도를 같이 봐야 합니다

디카페인 원두는 일반 원두보다 향이 빨리 흐려진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모든 원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카페인 제거 과정에서 생두 조직이 조금 더 예민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디카페인 원두를 살 때 로스팅 후 3일에서 21일 사이를 가장 편하게 봅니다.

너무 갓 볶은 원두는 가스가 많아 추출이 불안정합니다. 특히 핸드드립에서는 물이 튕기듯 빠지고, 향은 있는데 단맛이 덜 잡힐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 달을 훌쩍 넘긴 디카페인은 향이 먼저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장을 열었을 때 고소함보다 밋밋한 곡물 냄새가 앞서면 이미 조금 늦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배전도는 중약배전에서 중배전 사이를 먼저 권합니다. 산미가 싫다고 너무 강배전으로 가면 디카페인 특유의 낮은 밀도감이 더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겉은 쓰고 속은 빈 느낌이 나는 거죠. 단맛을 살리고 싶다면 색은 너무 검지 않고, 원두 표면에 기름이 거의 없는 쪽이 좋습니다.

  • 저녁용으로 편하게 마실 커피: 중배전 콜롬비아 디카페인
  • 우유와 마실 라떼용: 중강배전 브라질 또는 콜롬비아 디카페인
  • 산뜻한 드립용: 중약배전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디카페인
  • 쓴맛을 줄이고 싶은 경우: 강배전보다 중배전 이하 선택

집에서 추출할 때는 분쇄도를 조금 조정해야 합니다

디카페인 원두를 일반 원두와 똑같이 갈면 맛이 어긋나는 일이 있습니다. 로스팅과 처리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디카페인은 물을 빨리 받아들이거나 반대로 미분이 많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첫 추출은 기준을 잡고, 두 번째 잔에서 조정하는 게 좋습니다.

핸드드립 기준으로 원두 15g, 물 240g, 물 온도 90~92도에서 시작해보면 무난합니다. 추출 시간은 2분 20초에서 3분 사이가 좋습니다. 맛이 얇고 산미만 튀면 분쇄도를 한 칸 곱게 하거나 물 온도를 1도 올립니다. 쓴맛이 빠르게 올라오고 뒷맛이 텁텁하면 분쇄도를 한 칸 굵게 하거나 물 온도를 1~2도 낮춥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는 더 예민합니다. 디카페인 원두는 같은 세팅에서도 추출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거나 늦어질 수 있습니다. 18g 투입, 36g 추출, 27~32초를 기본으로 잡고 시작하면 됩니다. 너무 묽으면 분쇄도를 곱게, 쓴맛이 날카로우면 추출량을 32~34g 정도로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모카포트나 프렌치프레스라면 너무 진한 배전보다 중배전 원두가 낫습니다. 모카포트는 물을 안전밸브 아래까지 넣고 약불로 천천히 올리면 탄맛이 줄어듭니다. 프렌치프레스는 원두 20g에 물 300g, 4분 우림 후 천천히 눌러보면 디카페인 특유의 부드러운 단맛이 잘 나옵니다.

이런 맛이 나면 원두보다 세팅 문제일 수 있습니다

디카페인 원두가 맛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보면, 원두 자체보다 세팅이 어긋난 경우가 많습니다. 신맛이 시고 얇게 느껴지면 보통 추출 부족입니다. 물 온도가 낮거나 분쇄가 굵거나, 물이 너무 빨리 빠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혀 뒤쪽에 거친 쓴맛이 남으면 과다 추출일 때가 많습니다.

집에서는 물도 중요합니다. 너무 연한 정수물은 커피가 밋밋하게 나오고, 너무 센 수돗물은 향을 눌러버립니다. 물맛만 마셔봤을 때 비린내나 염소 향이 느껴지면 커피에서도 그대로 올라옵니다. 저는 집에서 디카페인을 테스트할 때 생수나 정수한 물을 쓰고, 물 온도는 일반 원두보다 1~2도 낮게 시작하는 편입니다.

보관은 더 단순합니다. 소량으로 사고, 밀폐하고, 빛과 열을 피하면 됩니다. 냉장고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꺼냈다 넣었다 하면서 습기가 붙기 쉽습니다. 200g 한 봉을 샀다면 개봉 후 2~3주 안에 마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매일 한 잔씩 마시는 집이라면 200g이나 250g 단위가 부담이 적습니다.

처음 사는 사람에게 권하는 선택

처음 디카페인 원두를 산다면 저는 콜롬비아 중배전부터 권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실패 확률이 낮습니다. 적당한 산미, 견과류 같은 고소함, 카라멜 같은 단맛이 균형 있게 나오는 편이라 핸드드립도 되고 라떼도 됩니다.

산미를 싫어하는 분은 브라질 디카페인이 편합니다. 초콜릿, 땅콩, 구운 곡물 같은 방향으로 가기 쉽습니다. 다만 너무 오래된 브라질 디카페인은 정말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로스팅 날짜를 꼭 봐야 합니다. 반대로 향이 살아 있는 커피를 원한다면 에티오피아나 과테말라 디카페인을 골라도 좋습니다. 대신 추출 온도와 분쇄도에 조금 더 민감합니다.

디카페인 원두는 카페인을 뺀 커피가 아니라, 밤에도 커피의 리듬을 남겨두기 위한 선택에 가깝습니다. 맛있는 디카페인은 조용합니다. 강하게 치고 들어오지 않아도, 따뜻한 단맛과 부드러운 향이 컵 안에 오래 남습니다. 저는 그런 커피가 저녁 식탁 위에 하나쯤 있는 게 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디카페인 원두 맛있게 고르는 방법: 향은 살리고 카페인은 낮추려면 이렇게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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