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 맛있게 고르는 방법, 카페인만 뺀 밍밍한 커피가 싫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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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 커피 맛있게 고르는 방법, 카페인만 뺀 밍밍한 커피가 싫다면

얼마 전 단골 손님이 저녁에 마실 원두를 찾으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디카페인은 다 향이 빠진 것 같아서요.” 사실 저도 예전에는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로스팅을 오래 하다 보니, 디카페인이 맛없는 게 아니라 맛없게 다뤄지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디카페인은 카페인을 줄인 커피입니다. 보통 생두 단계에서 카페인을 제거하고, 그 뒤에 로스팅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카페인만 빠지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처리 방식에 따라 향 성분 일부가 같이 흔들리고, 생두 조직도 일반 커피보다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방식으로 볶고 같은 분쇄도로 내리면 맛이 조금 흐리거나 쓴맛이 먼저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디카페인 커피를 고르는 방법

먼저 확인할 건 카페인 제거 방식입니다. 디카페인은 크게 물을 쓰는 방식, 이산화탄소를 쓰는 방식, 용매를 쓰는 방식으로 나뉩니다. 이름만 보면 어렵지만 맛에서는 차이가 꽤 납니다.

  • 워터 프로세스: 단맛과 바디감이 비교적 남기 쉽고, 향은 부드럽게 표현됩니다.
  • 이산화탄소 방식: 산미와 향의 선명도가 비교적 잘 살아나는 편입니다.
  • 용매 방식: 가격 접근성이 좋고 균일하지만, 로스팅과 보관 상태에 따라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집에서 실패를 줄이려면 처리 방식보다 더 현실적인 기준이 있습니다. 로스팅 날짜와 로스팅 정도입니다. 디카페인은 일반 원두보다 산화 느낌이 빨리 올라오는 편이라, 볶은 지 2주 안쪽이면 가장 다루기 편합니다. 3주가 넘어가면 향이 얌전해지고, 분쇄했을 때 단 냄새보다 종이 같은 냄새가 먼저 날 수 있습니다.

로스팅 정도는 중약배전에서 중배전 사이가 무난합니다. 너무 밝게 볶으면 풋내나 납작한 산미가 보일 수 있고, 너무 깊게 볶으면 디카페인 특유의 낮은 밀도 때문에 쓴맛이 빨리 나옵니다. 저는 손님에게 처음 권할 때 “초콜릿, 견과, 말린 과일” 쪽 설명이 붙은 원두를 먼저 권합니다. 꽃향이나 자스민 같은 표현이 있는 디카페인은 잘 만들면 좋지만, 집에서 추출 난도가 조금 올라갑니다.

디카페인은 왜 더 쉽게 쓰게 느껴질까

디카페인 생두는 카페인 제거 과정에서 세포 구조가 일반 생두보다 느슨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스터 입장에서는 열을 받는 속도와 색이 변하는 타이밍이 다르게 보입니다. 겉색은 빨리 어두워지는데 속 발달은 애매한 순간이 생깁니다.

추출에서도 비슷합니다. 같은 그라인더 세팅을 써도 디카페인은 물을 더 빨리 받아들이거나, 반대로 미분이 많아져 막히는 일이 생깁니다. 특히 핸드드립에서 일반 원두보다 1칸 정도 굵게 갈았을 때 맛이 안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쓴맛이 빠르게 올라오면 물 온도와 분쇄도를 먼저 의심하는 게 맞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 원두를 92도, 20g, 물 300g, 2분 40초에 맞춰 내렸다면 디카페인은 88~90도에서 시작해도 좋습니다. 분쇄도는 기존보다 살짝 굵게, 추출 시간은 2분 20초에서 2분 50초 사이를 봅니다. 이 범위를 넘겨 3분 20초 이상 길어지면 뒷맛이 건조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핸드드립으로 디카페인 맛있게 내리는 방법

제가 매장에서 손님에게 가장 자주 알려드리는 레시피는 단순합니다. 복잡한 물줄기보다 온도와 비율을 먼저 잡는 쪽이 낫습니다.

  • 원두: 20g
  • 물: 300g
  • 물 온도: 88~90도
  • 분쇄도: 일반 핸드드립보다 약간 굵게
  • 뜸: 40g, 35~40초
  • 총 추출 시간: 2분 30초 전후

첫 물은 원두 전체가 젖을 정도로만 붓습니다. 디카페인은 가스가 적어 보일 때가 많아서 부풀지 않는다고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뜸을 1분 넘게 가져가면 단맛보다 무거운 맛이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후에는 120g까지 천천히, 220g까지 한 번 더, 300g까지 채우는 식이면 충분합니다. 물줄기는 너무 가늘게 붙잡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오래 끌면 깔끔함이 떨어집니다. 맛이 비면 분쇄도를 조금 더 곱게, 쓰면 물 온도를 1~2도 낮추거나 분쇄도를 굵게 조정합니다.

맛으로 조정하는 기준

  • 시고 얇다: 분쇄도를 조금 곱게 하거나 물 온도를 1도 올립니다.
  • 쓰고 텁텁하다: 분쇄도를 굵게 하거나 총 추출 시간을 줄입니다.
  • 향이 없다: 로스팅 날짜를 확인하고, 원두 보관 상태를 봅니다.
  • 단맛은 있는데 답답하다: 마지막 물 붓는 속도를 조금 빠르게 가져갑니다.

디카페인은 좋은 향을 크게 터뜨리는 커피라기보다, 부드러운 단맛을 깨끗하게 잡는 커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레시피도 과하게 밀어붙이면 손해가 납니다.

에스프레소와 모카포트에서는 이렇게 맞춥니다

에스프레소용 디카페인은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디카페인은 크레마가 빨리 꺼지거나 추출 색이 어둡게 나오는 일이 잦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과소추출이라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기본값은 18g을 넣고 36g을 27~32초 안에 받는 정도가 무난합니다. 그런데 맛이 쓰다면 36g까지 억지로 뽑지 말고 30~32g에서 끊어도 됩니다. 디카페인은 뒤쪽 추출에서 마른 나무 같은 맛이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신맛이 거칠면 분쇄도를 곱게 하기보다 물 온도를 조금 올리는 편이 나을 때도 있습니다.

모카포트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물통에는 뜨거운 물을 넣고, 원두는 누르지 말고 평평하게 담습니다. 약불에서 올리고, 커피가 나오기 시작하면 불을 줄입니다. 소리가 거칠어지기 전에 내리면 쓴맛이 확 줄어듭니다. 디카페인 모카포트는 진하게 마시기보다 따뜻한 물이나 우유를 조금 섞었을 때 균형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카페인 원두 보관과 구매량

디카페인은 큰 봉투로 사는 것보다 100~200g 단위가 낫습니다. 매일 한 잔씩 마시면 200g은 대략 열흘 안팎으로 소진됩니다. 이 정도가 향이 살아 있을 때 마시기 좋습니다.

보관은 빛과 공기를 줄이는 게 우선입니다. 냉장고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꺼낼 때마다 온도 차로 습기가 붙기 쉽습니다. 개봉한 봉투는 공기를 최대한 빼고 밀봉한 뒤, 서늘한 찬장에 두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한 달 이상 둘 예정이라면 소분해서 냉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꺼낸 원두를 다시 넣는 건 피하는 게 좋습니다.

카페인을 줄였다고 해서 맛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디카페인은 일반 원두보다 조금 더 솔직합니다. 오래된 원두, 높은 물 온도, 너무 고운 분쇄도를 숨겨주지 못합니다. 반대로 신선한 원두에 89도 물, 살짝 굵은 분쇄도만 맞춰도 밤에 마시기 좋은 잔이 나옵니다. 저는 디카페인을 ‘대체 커피’라고 부르기보다, 시간대를 넓혀주는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디카페인 커피 맛있게 고르는 방법, 카페인만 뺀 밍밍한 커피가 싫다면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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