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커피 내리는법, 물양부터 잡으면 맛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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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커피 내리는법, 물양부터 잡으면 맛이 달라집니다

처음엔 원두보다 물양에서 맛이 갈립니다

얼마 전 단골 손님이 같은 원두를 사 갔는데 집에서는 향은 좋은데 맛이 얇다고 하셨습니다. 원두 날짜도 좋고 분쇄도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커피 20g에 물을 거의 400ml 가까이 붓고 계셨더군요. 이러면 아무리 좋은 원두라도 끝맛이 비고, 식으면 종이 맛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드립커피 내리는법에서 물양은 레시피의 뼈대입니다. 물 온도와 분쇄도도 중요하지만, 물양이 먼저 크게 틀어지면 나머지를 만져도 맛이 잘 돌아오지 않습니다. 저는 처음 시작하는 분께 커피 1g당 물 15g을 기준으로 잡으라고 말합니다. 커피 20g이면 물 300g, 커피 15g이면 물 225g입니다. 이 정도가 너무 진하지도, 너무 묽지도 않은 출발점이 됩니다.

여기서 ml가 아니라 g으로 말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드립할 때 저울 위에서 물을 부으면 숫자가 바로 보입니다. 물 1ml는 거의 1g으로 보면 되니, 계량컵보다 저울이 훨씬 편합니다. 감으로 부으면 매번 맛이 바뀌고, 저울을 쓰면 왜 맛이 바뀌었는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기본 비율은 1:15, 취향에 따라 1:14에서 1:16

가장 무난한 드립커피 물양은 커피와 물의 비율을 1:15로 잡는 겁니다. 원두 18g을 쓴다면 물은 270g입니다. 머그컵 한 잔으로 마시기 좋고, 산미와 단맛, 바디감이 균형 있게 나오는 편입니다.

조금 더 진하게 마시고 싶다면 1:14로 낮춥니다. 커피 18g에 물 252g 정도입니다. 초콜릿, 견과, 캐러멜 쪽 향이 있는 중강배전 원두에서 꽤 안정적입니다. 반대로 산뜻하고 차처럼 맑은 느낌을 원하면 1:16까지 늘려도 괜찮습니다. 커피 18g에 물 288g입니다. 다만 물을 늘리면 추출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서 분쇄도가 너무 곱다면 쓴맛이 올라옵니다.

  • 진한 맛: 원두 20g, 물 280g, 비율 1:14
  • 균형 있는 맛: 원두 20g, 물 300g, 비율 1:15
  • 맑고 부드러운 맛: 원두 20g, 물 320g, 비율 1:16

처음부터 1:17, 1:18처럼 물을 많이 쓰면 향은 퍼지는데 중심이 약해질 때가 많습니다. 특히 오래된 원두는 가스가 빠져 향이 이미 줄어든 상태라 물을 많이 부으면 더 납작하게 느껴집니다. 구입 후 2주 안쪽의 원두와 4주가 지난 원두는 같은 물양에서도 전혀 다르게 반응합니다.

드립커피 한 잔 레시피는 이렇게 잡습니다

제가 매장에서 가장 자주 안내하는 홈카페용 레시피는 원두 20g, 물 300g입니다. 물 온도는 중배전 기준 92도 전후, 중강배전은 88도에서 90도 정도가 편합니다. 약배전은 93도에서 95도까지 올려도 됩니다. 물 온도가 낮으면 산미가 날카롭게 남고 단맛이 덜 풀릴 수 있습니다.

원두 20g 기준 기본 추출

  • 원두: 20g
  • 총 물양: 300g
  • 뜸 물: 40g
  • 뜸 시간: 30초에서 40초
  • 총 추출 시간: 2분 30초에서 3분 10초

처음 40g을 붓고 커피가 부풀어 오르는 시간을 줍니다. 이때 신선한 원두는 가스가 올라오면서 표면이 둥글게 솟습니다. 오래된 원두는 반응이 작습니다. 그다음 120g까지 천천히 붓고, 물이 어느 정도 빠지면 210g까지, 300g까지 나눠 붓습니다. 세 번에서 네 번 정도로 나눠 붓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붓는 속도는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물을 너무 빨리 부으면 드리퍼 안 수위가 높아지고, 물이 커피층을 고르게 지나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가늘게 오래 부으면 추출 시간이 늘어나 쓴맛과 떫은맛이 붙습니다. 저는 300g 추출을 3분 안팎에 끝내는 걸 기준으로 봅니다.

맛이 이상할 때 물양만 바꾸지 마세요

커피가 쓰다고 해서 무조건 물을 줄이면 더 진하고 거칠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물양보다 분쇄도와 온도를 먼저 보는 게 맞을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20g에 300g을 붓는데 4분 넘게 걸린다면 물양 문제가 아니라 분쇄가 너무 곱거나 필터가 막힌 상황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2분도 안 돼서 물이 다 빠지고 맛이 시고 비어 있다면 분쇄가 굵은 편입니다. 이때 물을 더 부으면 맛이 더 얇아집니다. 분쇄도를 한두 칸 곱게 조정하고 같은 물양으로 다시 내려보는 쪽이 좋습니다. 드립은 한 번에 한 가지 변수만 바꿔야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 시고 얇다: 분쇄도를 조금 곱게, 물 온도는 1도에서 2도 높게
  • 쓰고 텁텁하다: 분쇄도를 조금 굵게, 물 온도는 1도에서 2도 낮게
  • 향은 좋은데 밍밍하다: 물양을 1:16에서 1:15 또는 1:14.5로 줄이기
  • 입안이 무겁고 답답하다: 물양보다 추출 시간을 먼저 줄이기

물양은 농도를 바꾸는 손잡이에 가깝고, 분쇄도는 추출 속도를 바꾸는 손잡이에 가깝습니다. 둘을 같은 문제로 보면 커피가 점점 산으로 갑니다. 사실 집에서 맛이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레시피를 바꾼 기억은 없는데 실제로는 매번 다르게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원수별 물양은 컵 크기보다 원두량으로 계산합니다

집에서 드립커피를 내릴 때 가장 많이 헷갈리는 게 컵 기준입니다. 작은 잔, 머그컵, 텀블러는 용량이 다릅니다. 그래서 몇 잔이냐보다 원두를 몇 g 쓸지 먼저 정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 가벼운 1잔: 원두 15g, 물 225g
  • 넉넉한 1잔: 원두 18g, 물 270g
  • 진한 머그 1잔: 원두 20g, 물 280g에서 300g
  • 2인분: 원두 30g, 물 450g

2인분을 내릴 때 원두 20g 레시피를 단순히 두 배로 늘리면 드리퍼 안 커피층이 두꺼워져 물 빠짐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40g에 600g으로 바로 가기보다, 30g에 450g 정도가 집에서는 다루기 편합니다. 큰 드리퍼와 서버가 있다면 36g에 540g도 괜찮지만, 추출 시간이 4분 가까이 길어지지 않는지 봐야 합니다.

저는 손님들에게 처음 일주일은 같은 원두로 20g, 300g만 반복해보라고 말합니다. 매번 바꾸는 것보다 같은 기준을 몸에 익히는 편이 훨씬 빨리 늡니다. 그다음 진하면 310g, 싱거우면 290g처럼 10g 단위로 움직이면 됩니다. 커피는 예민하지만, 숫자를 잡아두면 생각보다 솔직하게 반응합니다.

좋은 드립커피는 대단한 장비보다 반복 가능한 기준에서 시작됩니다. 원두 20g에 물 300g, 3분 안팎. 이 숫자 하나만 안정적으로 지켜도 집에서 마시는 커피 맛이 꽤 선명해집니다. 그다음부터는 취향의 영역입니다. 조금 더 진한 날도 있고, 맑게 마시고 싶은 날도 있으니까요. 저는 그 흔들림까지 커피를 마시는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드립커피 내리는법, 물양부터 잡으면 맛이 달라집니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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