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멕스 커피 필터 제대로 접고 추출하는 방법

얼마 전 손님이 케멕스로 내린 커피가 유난히 늦게 떨어진다며 필터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분쇄도부터 의심했는데, 사진을 보니 종이가 주둥이 안쪽에 딱 붙어 있더군요. 케멕스 커피 필터는 접는 방향 하나로 물이 빠지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커피가 텁텁하거나 추출이 오래 걸린다면 원두를 바꾸기 전에 필터가 놓인 모양부터 보는 편이 빠릅니다.
필터는 케멕스 크기에 맞춰 고릅니다
케멕스 필터를 살 때 먼저 확인할 것은 흰색이냐 갈색이냐보다 서버 크기입니다. 공식 제품 기준으로 3컵 케멕스에는 반달 모양 필터인 FP-2 또는 FP-2N을 씁니다. 6컵 이상에는 미리 접힌 원형·사각형 필터나 직접 접는 원형 필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포장에 적힌 호환 크기를 확인하면 필터가 너무 크거나 작아 추출 중 모양이 흐트러지는 일을 줄일 수 있죠.
원형과 사각형은 컵 안에서 하는 일이 거의 같습니다. 사각형은 튀어나온 모서리를 잡고 꺼내기 편하고, 원형은 유리 가장자리 위로 올라오는 부분이 비교적 단정합니다. 흰색과 내추럴 필터도 색만 보고 어느 쪽이 더 맛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종이 냄새에 민감하다면 같은 원두와 물로 각각 내려보는 것이 확실합니다. 장비를 더 들이기보다 지금 쓰는 케멕스에 맞는 필터를 고르는 게 먼저입니다.
세 겹 면을 주둥이 쪽으로 놓는 이유
필터를 원뿔 모양으로 벌리면 한쪽은 종이 세 겹, 반대쪽은 한 겹이 됩니다. 세 겹인 면이 케멕스의 따르는 주둥이를 덮도록 넣으세요. 케멕스 공식 안내도 이 방향을 권합니다. 두꺼운 쪽이 주둥이에 기대면 종이가 그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것을 막아줍니다. 주둥이는 커피가 담기는 아래쪽과 바깥 공기가 통하는 길이기도 해서, 이곳이 막히면 물 흐름이 불규칙해질 수 있습니다.
접지 않은 원형 필터라면 반으로 접고 다시 반으로 접은 뒤, 한 겹과 세 겹이 나뉘도록 벌립니다. 미리 접힌 필터는 네 겹을 그대로 포개 놓지 말고 한 장만 분리해 원뿔을 만들면 됩니다. 처음에는 손끝으로 주둥이 쪽 종이를 살짝 눌러 자리를 잡아주면 편합니다. 필터가 유리 안쪽에 붙더라도 주둥이의 홈까지 납작하게 막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 주세요.
종이를 적신 뒤 물을 버리고 시작합니다
마른 필터에 바로 분쇄 원두를 담으면 종이 냄새가 잔에 남거나, 첫 물줄기에 필터가 밀릴 수 있습니다. 저는 추출 전에 뜨거운 물로 필터 전체를 적십니다. 넓은 면부터 천천히 부어 가장자리까지 젖게 하고, 서버에 고인 물은 원두를 넣기 전에 비웁니다. 이 과정은 유리 서버를 데우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뜨거운 물을 버릴 때 젖은 필터가 함께 들뜨지 않도록 손으로 가장자리를 가볍게 잡는 편이 좋습니다.
물을 넉넉히 썼는데도 종이 향이 거슬린다면 헹굼을 한 번 더 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늘 종이 향을 느끼지 못한다면 정해진 양을 억지로 쓸 필요는 없습니다. 물을 버린 뒤에는 필터의 세 겹 면이 여전히 주둥이 쪽에 있는지만 다시 봅니다. 추출이 느렸던 손님의 경우에도 필터를 적신 다음 위치를 바로잡는 것만으로 물 빠짐이 한결 일정해졌습니다.
추출 시간은 분쇄도와 함께 읽습니다
6컵 케멕스로 두 잔 정도 내릴 때 저는 원두 30g에 물 500g을 출발점으로 잡습니다. 물 온도는 92~96℃, 분쇄도는 중간보다 조금 굵게 맞춥니다. 먼저 물 60g으로 원두 전체를 적시고 35~45초 기다린 뒤, 남은 물을 여러 차례 나눠 붓습니다. 가운데만 깊게 파이지 않도록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부드럽게 원을 그리되 종이 벽에 물을 직접 오래 붓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물줄기까지 포함해 대략 4~5분에 추출이 끝나는지 살펴봅니다.
이 시간은 합격선이 아닙니다. 원두의 로스팅 정도와 배전 후 지난 시간, 분쇄기가 만드는 가루의 양에 따라 물 빠짐은 달라집니다. 5분을 훌쩍 넘기고 쓴맛과 마른 느낌이 남는다면 먼저 조금 굵게 갈아봅니다. 반대로 물이 너무 빨리 지나가고 맛이 얇다면 조금 더 곱게 갈거나, 물을 붓는 속도를 늦춰봅니다. 한 번에 원두 양과 물 온도까지 모두 바꾸면 무엇이 맛을 바꿨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케멕스 필터는 커피의 미세한 입자와 일부 기름기를 걸러 잔을 맑게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묵직한 질감보다 향이 또렷하고 깨끗한 잔을 좋아할 때 손이 갑니다. 하지만 같은 필터를 써도 원두가 너무 오래됐거나 분쇄도가 맞지 않으면 기대한 맛은 나오지 않습니다. 저는 새 필터를 꺼낼 때마다 세 겹 면의 방향을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 잔에서 느낀 맛에 맞춰 분쇄도를 한 칸씩 움직입니다. 작은 조정이지만 집에서 내리는 커피의 차이는 대개 그런 곳에서 생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