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프레스 분쇄도 맞추는 방법, 텁텁함 줄이고 단맛 살리려면 이렇게

매장에서 가장 자주 보는 실수는 너무 곱게 가는 겁니다
얼마 전 단골 손님이 프렌치프레스로 내린 커피가 늘 진흙처럼 텁텁하다고 원두 봉투를 들고 오셨습니다. 원두는 문제 없었습니다. 볶은 지 9일 된 콜롬비아 중강배전이었고, 향도 깨끗했어요. 그런데 분쇄된 커피를 보니 핸드드립보다 조금 굵은 정도였습니다. 프렌치프레스에는 아직 고운 편이죠.
프렌치프레스 분쇄도는 보통 굵은소금보다 조금 더 굵게 잡습니다. 숫자로 말하면 일반적인 핸드드립보다 2~4단계 굵게, 에스프레소보다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훨씬 굵게 갑니다. 손가락으로 만졌을 때 모래처럼 보드랍게 흐르면 너무 곱고, 작은 빵가루처럼 거칠게 느껴지면 출발점으로 괜찮습니다.
왜 굵게 갈아야 하냐면, 프렌치프레스는 물과 커피가 계속 닿아 있는 침출식 추출이기 때문입니다. 드리퍼처럼 물이 빠르게 지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4분 안팎으로 커피가 물속에 잠겨 있습니다. 같은 원두라도 접촉 시간이 길면 쓴맛과 떫은 느낌이 더 쉽게 올라옵니다. 그래서 분쇄도를 굵게 잡아 추출 속도를 늦추는 게 기본입니다.
기본 레시피는 1:15, 4분, 92도에서 시작합니다
제가 손님에게 먼저 권하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원두 20g, 물 300g, 물 온도 92도, 침출 시간 4분입니다. 너무 밝게 볶은 원두라면 94도까지 올리고, 진하게 볶은 원두라면 88~90도까지 낮춥니다. 프렌치프레스 분쇄도는 이 기준 안에서 맛을 보며 조정하는 게 가장 빠릅니다.
- 원두 20g에 물 300g, 비율은 1:15
- 중배전 기준 물 온도 91~93도
- 총 침출 시간 4분
- 분쇄도는 핸드드립보다 확실히 굵게
- 누를 때는 끝까지 힘주지 말고 천천히
여기서 중요한 건 플런저를 누르는 힘입니다. 너무 빠르게 누르면 바닥의 미분이 확 올라오면서 컵이 탁해집니다. 금속 필터는 종이 필터처럼 미세한 가루와 오일을 많이 걸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프렌치프레스 커피가 묵직하고 고소하게 느껴지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분쇄가 고우면 텁텁함도 같이 커집니다.
추출 후에는 서버나 컵으로 바로 옮기는 편이 좋습니다. 프렌치프레스 안에 계속 두면 커피가 더 우러납니다. 4분에 맞췄는데 두 번째 잔이 유난히 쓰다면, 대부분 이 부분이 원인입니다. 커피는 멈춰 있는 것처럼 보여도 안에서는 계속 변합니다.
맛으로 분쇄도를 조절하는 법
분쇄도는 숫자보다 맛으로 잡는 게 정확합니다. 그라인더마다 눈금 간격이 다르고, 같은 10번이라도 실제 입자 크기가 다릅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쓰는 그라인더라면 3번 정도만 실험해보라고 말합니다. 굵게, 중간, 조금 더 굵게. 이 세 잔만 비교해도 방향이 보입니다.
시고 밍밍하면 조금 더 곱게
커피가 연하고, 단맛이 비어 있고, 산미만 얇게 튄다면 과소추출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럴 때는 분쇄도를 한두 칸 곱게 조정합니다. 다만 바로 물 온도를 올리거나 시간을 늘리기보다 분쇄도를 먼저 움직이는 편이 맛의 변화를 보기 쉽습니다. 입자가 조금 작아지면 물과 닿는 면적이 넓어져 단맛과 바디가 살아납니다.
쓰고 텁텁하면 더 굵게
쓴맛이 혀 뒤쪽에 오래 남고, 컵 바닥에 가루가 많이 깔리며, 식을수록 거친 느낌이 올라온다면 너무 곱게 갈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프렌치프레스에서 가장 흔한 문제입니다. 이때는 분쇄도를 굵게 바꾸고, 누르는 속도도 늦춰야 합니다. 손잡이를 누를 때 15~20초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맛은 좋은데 입안이 지저분하면 미분 문제입니다
향과 단맛은 괜찮은데 마지막 질감만 거칠다면 그라인더의 미분이 많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저가형 칼날 그라인더는 입자 크기가 들쭉날쭉해 프렌치프레스에서 단점이 잘 드러납니다. 큰 조각은 덜 우러나고, 작은 가루는 과하게 우러납니다. 결과적으로 한 컵 안에 싱거움과 텁텁함이 같이 들어옵니다.
원두 배전도에 따라 굵기도 달라집니다
같은 프렌치프레스라도 원두가 밝게 볶였는지, 진하게 볶였는지에 따라 분쇄도를 조금 다르게 봐야 합니다. 라이트 로스팅은 조직이 단단하고 추출이 느립니다. 너무 굵게 갈면 산미만 도드라지고 단맛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기본보다 살짝 곱게 가거나 물 온도를 93~95도까지 올립니다.
반대로 다크 로스팅은 추출이 빠릅니다. 표면이 더 쉽게 풀리고 쓴맛도 빨리 나옵니다. 이 경우 프렌치프레스 분쇄도는 더 굵게 잡고, 물 온도는 88~90도 정도가 편합니다. 4분이 길게 느껴지면 3분 30초로 줄여도 됩니다. 솔직히 진하게 볶은 원두를 95도 물에 5분 담가두면 좋은 단맛보다 탄맛이 먼저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 라이트 로스팅: 기본보다 살짝 곱게, 물 온도 93~95도
- 미디엄 로스팅: 굵은소금보다 조금 굵게, 물 온도 91~93도
- 다크 로스팅: 더 굵게, 물 온도 88~90도
산지별 특징도 영향을 줍니다. 에티오피아 내추럴처럼 향이 화사한 원두는 너무 오래 담그면 과일 향 뒤에 발효감이 무겁게 남을 수 있습니다. 브라질이나 과테말라처럼 견과, 초콜릿 계열이 있는 원두는 프렌치프레스와 잘 맞는 편입니다. 오일감이 살아나면서 입안이 둥글어지거든요.
집에서 맞출 때는 한 번에 하나만 바꿔야 합니다
맛이 마음에 안 들 때 분쇄도, 물 온도, 시간, 원두량을 한꺼번에 바꾸면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로스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력을 바꾸고 배기까지 같이 만지면 다음 배치에서 무엇이 맛을 바꿨는지 흐려집니다. 홈카페도 기록이 조금 있으면 훨씬 빨리 좋아집니다.
예를 들어 원두 20g, 물 300g, 92도, 4분으로 내렸는데 쓰다면 다음 잔에서는 분쇄도만 굵게 바꿉니다. 그래도 쓰면 물 온도를 90도로 낮춥니다. 그래도 무거우면 침출 시간을 3분 30초로 줄입니다. 이렇게 하나씩 움직이면 내 취향의 좌표가 생깁니다.
프렌치프레스는 비싼 장비보다 기본기가 맛을 많이 좌우하는 도구입니다. 균일하게 갈리는 버 그라인더가 있으면 좋지만, 무조건 고가 장비가 필요한 건 아닙니다. 다만 칼날 그라인더를 쓴다면 짧게 끊어 갈고, 체에 아주 고운 가루를 조금 털어내는 것만으로도 컵이 한결 깨끗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렌치프레스 커피는 투명한 차 같은 커피가 아닙니다. 입안에 질감이 있고, 식어가면서 단맛이 천천히 보이는 커피입니다. 그 맛을 만들려면 분쇄도를 겁내지 말고 충분히 굵게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처음부터 진하게 뽑으려 애쓰기보다, 깨끗한 컵을 만든 뒤에 비율이나 시간을 조금씩 더하는 쪽이 오래 마시기 편한 맛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