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추출 과정 제대로 잡는 방법, 집에서도 맛이 흔들리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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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추출 과정 제대로 잡는 방법, 집에서도 맛이 흔들리지 않게

처음 10초가 맛을 많이 바꿉니다

얼마 전 매장에 자주 오시는 손님이 집에서 내린 에스프레소를 작은 병에 담아 오셨습니다. 향은 괜찮은데 맛이 얇고 끝이 거칠다고 하셨죠. 원두는 제가 볶은 지 6일 된 블렌드라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추출 영상을 보니 답이 금방 나왔습니다. 분쇄가 조금 굵었고, 첫 방울이 5초 안에 떨어졌습니다.

에스프레소 추출 과정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보통 25초에서 32초 사이에 36g 안팎의 커피를 뽑습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물은 커피층을 지나면서 산미, 단맛, 쓴맛, 질감, 향을 순서대로 끌고 나옵니다. 그래서 초반 흐름이 너무 빠르면 신맛만 도드라지고, 너무 느리면 쓴맛과 텁텁함이 앞에 섭니다.

저는 처음 세팅할 때 18g 도징, 36g 추출, 28초를 기준으로 잡습니다. 이것을 1:2 비율이라고 부릅니다. 18g을 담아 36g을 뽑는다는 뜻입니다. 물론 모든 원두가 여기에 맞지는 않습니다. 밝은 로스팅은 1:2.2까지 길게 뽑아야 단맛이 열리는 경우가 있고, 다크 로스팅은 1:1.7 정도에서 멈춰야 탄맛이 덜 올라오기도 합니다.

에스프레소 추출 과정은 준비에서 이미 절반이 끝납니다

많은 분들이 추출 버튼을 누른 뒤부터 맛이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그 전에 이미 많은 것이 정해집니다. 포터필터에 원두를 담는 양, 분쇄도, 레벨링, 탬핑, 머신 예열 상태가 모두 커피층의 저항을 만듭니다. 물은 늘 쉬운 길로 갑니다. 커피층 안에 빈틈이 있으면 그쪽으로 몰려 흐르고, 그 순간 맛은 얇아집니다.

가정용 머신에서는 특히 예열이 중요합니다. 전원을 켜고 3분 뒤에 바로 뽑으면 그룹헤드와 포터필터가 충분히 데워지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최소 15분, 가능하면 20분 정도 예열을 권합니다. 바스켓까지 뜨겁게 만들어야 첫 추출 온도가 덜 흔들립니다. 물 온도는 보통 92도에서 94도 사이가 무난합니다. 산미가 날카로우면 1도 올리고, 쓴맛이 건조하게 남으면 1도 낮춰 보는 식으로 움직입니다.

  • 기준 도징량: 18g 바스켓 기준 18g 전후
  • 기준 추출량: 원두 무게의 2배, 예를 들어 18g이면 36g
  • 기준 시간: 펌프 작동 후 25초에서 32초
  • 기준 온도: 92도에서 94도
  • 탬핑 압력: 세게 누르는 것보다 수평이 더 중요

탬핑은 20kg으로 눌러야 한다, 30kg으로 눌러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솔직히 집에서는 그 수치를 정확히 맞추기 어렵습니다. 더 중요한 건 매번 비슷하게 누르고, 바스켓 안 커피 표면을 기울어지지 않게 만드는 일입니다. 한쪽이 낮으면 물은 그쪽으로 먼저 지나갑니다. 그러면 크레마는 있어도 맛은 비어 있을 수 있습니다.

좋은 흐름은 꿀처럼 시작해서 얇은 줄기로 이어집니다

추출 버튼을 누르면 바로 커피가 나오는 게 정상은 아닙니다. 보통 6초에서 10초 사이에 첫 방울이 맺히는 흐름이 안정적입니다. 처음에는 진한 갈색 점처럼 맺히고, 곧 가느다란 줄기가 됩니다. 너무 빨리 콸콸 나오면 분쇄가 굵거나 도징량이 부족하거나 커피층에 균열이 생긴 겁니다. 반대로 12초가 지나도 거의 나오지 않으면 분쇄가 너무 곱거나 도징량이 많은 경우가 많습니다.

에스프레소 추출 과정에서 색도 힌트를 줍니다. 초반에는 짙은 호박색에 가깝고, 중반에는 붉은 갈색, 후반에는 점점 밝은 노란색으로 변합니다. 마지막 색이 너무 빨리 창백해지면 물이 커피를 충분히 통과하지 못한 겁니다. 이때는 분쇄를 조금 곱게 하거나 도징량을 0.2g 늘려 볼 수 있습니다.

맛으로 읽는 추출 상태

  • 시고 날카롭다: 추출 부족일 가능성이 큼. 분쇄를 조금 곱게 하거나 추출 시간을 늘립니다.
  • 쓰고 입안이 마른다: 과다 추출일 가능성이 큼. 분쇄를 조금 굵게 하거나 추출량을 줄입니다.
  • 향은 좋은데 물 같다: 채널링 가능성이 큼. 레벨링과 탬핑 수평을 먼저 봅니다.
  • 무겁고 답답하다: 로스팅이 진하거나 추출 비율이 짧을 수 있음. 물 온도를 낮추거나 추출량을 약간 늘립니다.

분쇄도 조절은 크게 움직이면 안 됩니다. 그라인더 눈금 하나가 큰 모델도 있고, 거의 미세하게 움직이는 모델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 칸 또는 반 칸만 움직이고 다시 뽑아 보는 게 좋습니다. 원두 18g을 썼다면 결과물을 맛보고, 다음 잔에서 한 가지 변수만 바꿔야 합니다. 분쇄도와 물 온도와 도징량을 한 번에 바꾸면 무엇 때문에 좋아졌는지 알 수 없습니다.

원두 날짜와 로스팅 정도도 추출 시간을 바꿉니다

갓 볶은 원두는 향이 좋지만 바로 에스프레소로 쓰기엔 기체가 많습니다. 로스팅 후 1일에서 3일 사이 원두는 크레마가 과하게 생기고 추출 흐름이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에스프레소용 원두는 보통 로스팅 후 5일에서 14일 사이를 편하게 봅니다. 물론 로스팅 정도와 보관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밝은 로스팅은 조직이 단단해서 물이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같은 시간 안에 맛을 충분히 끌어내려면 분쇄를 더 곱게 하거나 물 온도를 94도 근처로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진한 로스팅은 조직이 잘 부서지고 성분도 빨리 녹습니다. 이때는 91도에서 92도, 추출 비율은 1:1.7에서 1:2 사이가 더 부드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도 다릅니다. 블렌드는 대체로 우유와 섞였을 때 단맛과 바디가 살아나도록 설계합니다. 그래서 18g 투입에 34g에서 38g 추출이 무난합니다. 에티오피아 내추럴처럼 향이 선명한 원두는 18g에 40g 정도로 조금 길게 뽑으면 베리 향과 산미가 더 깨끗하게 나올 때가 있습니다. 다만 길게 뽑는다고 무조건 향이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후반부에 떫은맛이 올라오면 그 지점에서 멈추는 게 낫습니다.

집에서 맞추기 쉬운 에스프레소 레시피

집에서는 카페처럼 매번 같은 환경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완벽한 레시피를 찾으려 하기보다 기준점을 하나 잡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손님들에게 가장 많이 권하는 방식은 18g 투입, 36g 추출, 28초입니다. 이 잔을 기준으로 맛을 보고 방향을 정합니다.

  • 1단계: 머신과 포터필터를 15분 이상 예열합니다.
  • 2단계: 원두 18g을 분쇄하고 바스켓에 고르게 담습니다.
  • 3단계: 표면을 평평하게 만든 뒤 수평으로 탬핑합니다.
  • 4단계: 저울을 컵 아래 두고 추출을 시작합니다.
  • 5단계: 36g이 나오면 멈추고 시간을 확인합니다.
  • 6단계: 맛을 본 뒤 다음 잔에서 변수 하나만 바꿉니다.

예를 들어 20초에 36g이 나왔고 맛이 시다면 분쇄를 곱게 조절합니다. 35초가 걸렸고 쓴맛이 길게 남는다면 분쇄를 굵게 합니다. 28초에 맞았는데도 밍밍하다면 탬핑 전 커피가 한쪽으로 몰렸는지, 바스켓 가장자리에 빈 공간이 있었는지 보는 게 먼저입니다. 시간만 맞았다고 좋은 에스프레소가 되는 건 아닙니다.

에스프레소는 작은 잔이라 더 예민합니다. 물 2g 차이, 원두 0.3g 차이, 분쇄도 반 칸 차이가 맛을 바꿉니다. 그런데 그 예민함이 재미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숫자를 붙잡고 가다가, 어느 순간 흐름과 향만 봐도 오늘 원두가 어떤 상태인지 조금씩 보입니다. 저는 그 지점부터 집에서 내리는 커피가 꽤 즐거워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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