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덤 프렌치프레스 맛있게 내리는 방법, 집에서 진하고 깔끔하게 맞추려면 이렇게

얼마 전 매장에 오신 손님이 보덤 프렌치프레스를 샀는데 커피가 늘 텁텁하다고 하셨습니다. 기구가 문제냐고 물으셨는데, 사실 보덤 프렌치프레스는 구조가 단순해서 고장 날 맛이 별로 없습니다. 맛을 흐리는 건 대부분 원두 양, 분쇄도, 물 온도, 그리고 누르는 타이밍입니다.
프렌치프레스는 종이 필터를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커피 오일이 그대로 남고, 바디감이 두껍게 느껴집니다. 대신 미분도 같이 잔에 들어오기 쉽습니다. 이 성격을 이해하면 보덤 프렌치프레스로 낼 때 무엇을 조절해야 하는지 꽤 선명해집니다.
보덤 프렌치프레스가 잘 맞는 커피 취향
보덤 프렌치프레스는 밝고 날카로운 산미보다 둥글고 진한 질감이 잘 살아나는 기구입니다. 에티오피아 내추럴처럼 향이 풍부한 원두도 좋지만, 미분이 많으면 딸기나 베리 향보다 떫은 끝맛이 먼저 올라올 수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브라질, 콜롬비아, 과테말라처럼 단맛과 견과류 느낌이 있는 원두가 다루기 편합니다.
로스팅은 중약배전부터 중강배전까지 무난합니다. 아주 밝게 볶은 원두는 프렌치프레스에서 단맛이 덜 풀리고 풋내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반대로 아주 진하게 볶은 원두는 4분만 지나도 쓴맛과 재 맛이 빠르게 올라옵니다. 저는 집에서 쓰는 보덤 프렌치프레스라면 로스팅 후 5일에서 21일 사이 원두를 가장 편하게 봅니다.
- 진한 질감과 고소한 맛을 원하면 중강배전
- 향과 단맛의 균형을 원하면 중배전
- 산미가 선명한 커피를 원하면 물 온도와 시간을 낮게 조절
기본 레시피는 1:15부터 잡는 게 편합니다
보덤 프렌치프레스의 시작점은 커피 20g, 물 300g입니다. 비율로 보면 1:15입니다. 머그컵 한 잔보다 살짝 넉넉한 양이고, 맛을 조절하기도 쉽습니다. 더 진하게 마시고 싶으면 커피 22g에 물 300g, 조금 가볍게 마시고 싶으면 커피 18g에 물 300g으로 움직이면 됩니다.
물 온도는 원두 색에 따라 다르게 잡습니다. 중배전은 92도 전후, 중강배전은 88도에서 90도 정도가 좋습니다. 물이 너무 뜨거우면 첫 모금은 진한데 식으면서 쓴맛이 커집니다. 특히 보덤 프렌치프레스는 커피 가루가 물 안에 계속 잠겨 있기 때문에 온도 영향을 생각보다 크게 받습니다.
제가 자주 쓰는 기준값
- 커피: 20g
- 물: 300g
- 분쇄도: 핸드드립보다 굵게, 굵은 설탕보다 조금 더 거칠게
- 물 온도: 중배전 92도, 중강배전 89도
- 우림 시간: 4분
분쇄도는 너무 굵으면 밍밍하고, 너무 가늘면 혀에 가루가 깔립니다. 프렌치프레스용이라고 해서 소금 알갱이처럼 너무 크게 갈면 추출이 부족해집니다. 저는 보통 드립보다 2단계 정도 굵게 잡고, 맛을 본 뒤에 조절합니다. 시큼하고 물 같으면 조금 더 가늘게, 쓰고 텁텁하면 조금 더 굵게 가면 됩니다.
추출 순서는 단순하지만 기다리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먼저 보덤 프렌치프레스 유리 서버를 뜨거운 물로 한 번 데웁니다. 이 과정은 귀찮아 보여도 맛 차이가 납니다. 차가운 유리에 물을 바로 부으면 추출 초반 온도가 확 떨어지고, 단맛이 덜 나옵니다. 예열한 물은 버리고 커피 가루를 넣습니다.
물을 전부 붓고 바로 세게 젓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물 300g을 골고루 붓고, 1분 정도 그대로 둡니다. 위에 떠 있는 커피층이 생기면 숟가락으로 2번에서 3번 정도만 가볍게 저어줍니다. 많이 저으면 추출이 빨라지고 미분도 더 많이 움직입니다. 그 뒤 뚜껑을 얹고 4분까지 기다립니다.
4분이 되면 플런저를 천천히 내립니다. 여기서 힘으로 꾹 누르면 바닥의 미분이 다시 올라옵니다. 저항이 느껴지면 속도를 늦추는 게 낫습니다. 다 내린 뒤에는 프렌치프레스 안에 커피를 오래 두지 말고 잔이나 서버로 옮깁니다. 그대로 두면 마지막 잔이 처음 잔보다 훨씬 쓰고 무거워집니다.
텁텁함을 줄이는 작은 습관
- 분쇄 후 체에 거르지 않아도 되지만, 너무 고운 가루가 많으면 그라인더 세팅을 확인합니다
- 플런저를 끝까지 강하게 누르지 않습니다
- 따른 뒤 마지막 20ml 정도는 과감히 남깁니다
- 추출 후 바로 세척해서 필터망에 커피 오일이 굳지 않게 합니다
맛이 흔들릴 때는 하나씩만 바꿔야 합니다
집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한 번에 여러 조건을 바꾸는 겁니다. 오늘은 원두를 더 넣고, 물도 뜨겁게 하고, 시간도 늘리면 어떤 변화가 맛을 만든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보덤 프렌치프레스는 단순한 기구라서 변수 하나만 바꿔도 맛이 꽤 분명하게 움직입니다.
커피가 시고 얇다면 추출이 부족한 쪽입니다. 분쇄도를 조금 더 가늘게 하거나 시간을 4분 30초로 늘립니다. 물 온도를 2도 정도 올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반대로 쓰고 거칠다면 추출이 과한 겁니다. 분쇄도를 굵게 하거나 시간을 3분 30초로 줄입니다. 강배전 원두라면 물 온도를 86도까지 낮춰도 괜찮습니다.
향은 좋은데 입안에 가루 느낌이 남는다면 추출 문제가 아니라 미분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칼날형 그라인더를 쓰면 입자가 들쭉날쭉해서 프렌치프레스에서 특히 티가 납니다. 비싼 장비가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균일하게 갈리는 버 그라인더 하나는 맛을 안정시키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보덤 프렌치프레스는 비싼 기술보다 감각을 잘 받아줍니다
보덤 프렌치프레스의 좋은 점은 숨길 게 없다는 겁니다. 커피와 물이 만나고, 시간이 지나고, 금속망으로 걸러집니다. 그래서 원두가 오래됐는지, 물이 너무 뜨거웠는지, 분쇄가 거친지 바로 드러납니다. 처음엔 그게 어렵게 느껴지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편합니다.
저는 프렌치프레스를 손님에게 권할 때 늘 너무 깔끔한 맛을 기대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 기구는 맑은 차 같은 커피보다 질감이 있고 향이 넓게 퍼지는 커피에 가깝습니다. 아침에 빵을 굽고, 버터 향이 조금 남아 있을 때 진하게 내린 프렌치프레스 커피는 꽤 잘 어울립니다.
처음 세팅은 커피 20g, 물 300g, 90도 안팎, 4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다음부터는 내 입에 맞춰 조금씩 움직이면 됩니다. 집에서 내리는 커피는 매장처럼 완벽히 같을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왜 오늘은 더 진했고, 왜 어제는 조금 텁텁했는지 알게 되면 보덤 프렌치프레스는 생각보다 오래 곁에 남는 도구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