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원리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 향은 남기고 카페인은 빼려면 이렇게 봅니다

Last Updated :
디카페인 원리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 향은 남기고 카페인은 빼려면 이렇게 봅니다

카페인을 뺀 커피가 밍밍하게 느껴지는 이유

얼마 전 단골 손님이 밤에 마실 원두를 찾으면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디카페인은 그냥 카페인 없는 커피라서 맛도 같이 빠지는 거 아니냐고요. 사실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닙니다. 카페인을 빼는 과정에서 향 성분 일부도 흔들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잘 만든 디카페인은 예전처럼 납작하고 종이 같은 맛만 나는 커피가 아닙니다.

디카페인 원리는 간단히 말하면 생두 안에 들어 있는 카페인을 추출 전에 먼저 줄이는 방식입니다. 이미 볶은 원두에서 카페인을 빼는 게 아니라, 볶기 전 초록색 생두 상태에서 처리합니다. 보통 카페인의 97% 이상을 제거해야 디카페인 커피로 봅니다. 그래서 카페인이 완전히 0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다릅니다. 200ml 한 잔 기준으로 일반 커피가 대략 70~140mg 정도라면, 디카페인은 보통 몇 mg에서 10mg 안팎으로 내려갑니다.

맛 차이는 여기서 생깁니다. 생두는 스펀지처럼 수분을 머금고 있고, 안에는 당, 산, 단백질, 향 전구체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카페인만 골라 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물, 압력, 용매, 탄소 같은 매개가 생두 안팎을 오가면서 다른 성분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디카페인은 원리보다 공정의 섬세함이 맛을 좌우합니다.

디카페인 원리 3가지, 물·용매·이산화탄소

현장에서 가장 자주 보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물로 빼는 방식, 용매를 쓰는 방식, 초임계 이산화탄소를 쓰는 방식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복잡하지만 커피 맛으로 보면 차이가 꽤 선명합니다.

물로 빼는 방식

물 방식은 생두를 물에 불려 카페인과 수용성 성분을 밖으로 끌어낸 뒤, 카페인만 걸러낸 추출액을 다시 생두와 접촉시키는 방식입니다. 처음부터 물만 계속 쓰면 맛 성분도 빠져나가 버립니다. 그래서 이미 커피 성분이 녹아 있는 물을 이용해 카페인은 계속 빠지고, 향과 단맛을 만드는 성분은 덜 빠지게 균형을 잡습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이미지가 깨끗하고 산미가 비교적 부드럽게 남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로스팅을 잘못 잡으면 맛이 둥글기만 하고 중심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저는 물 방식 디카페인을 볶을 때 1차 크랙 이후를 너무 길게 끌지 않습니다. 이미 수분 처리로 조직이 변해 있기 때문에 후반부에 열을 오래 주면 견과류 향보다 마른 나무 느낌이 먼저 올라오기 쉽습니다.

용매를 쓰는 방식

용매 방식은 에틸아세테이트나 메틸렌클로라이드 같은 물질이 카페인과 잘 붙는 성질을 이용합니다. 이름 때문에 무조건 거부감이 생기기도 하는데, 공정 후에는 잔류 기준을 맞추도록 증기 처리와 건조가 들어갑니다. 특히 에틸아세테이트는 과일에도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성분이라 내추럴 디카페인 같은 표현으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맛으로 보면 용매 방식은 단맛과 바디가 꽤 잘 남는 편입니다. 콜롬비아나 브라질 디카페인에서 초콜릿, 캐러멜, 구운 견과류 느낌이 또렷하게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생두 품질이 낮으면 공정이 단점을 감춰주지 못합니다. 디카페인이라 맛없는 게 아니라, 애초에 평범한 생두를 디카페인 처리하면 평범한 맛이 더 조용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초임계 이산화탄소 방식

초임계 이산화탄소 방식은 높은 압력과 온도에서 이산화탄소를 액체와 기체의 중간 같은 상태로 만든 뒤, 카페인을 선택적으로 녹여 빼는 방식입니다. 설비가 크고 비용이 높지만 향 손실이 적은 편이라 고급 디카페인에 자주 쓰입니다.

이 방식은 향의 윤곽이 비교적 선명합니다. 꽃향이나 과일 산미가 있는 원두라면 그 캐릭터가 더 잘 남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가격도 올라갑니다. 그래서 매일 라테로 마실 원두라면 반드시 이 방식일 필요는 없고, 필터 커피로 향을 천천히 보고 싶다면 꽤 매력적인 선택이 됩니다.

디카페인 원두를 고를 때 보는 숫자

저는 디카페인 원두를 고를 때 처리 방식보다 먼저 날짜와 로스팅 정도를 봅니다. 디카페인은 일반 원두보다 구조가 약간 더 성글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추출도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고, 산화 느낌도 빨리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구입 후 3~4주 안에 마실 양으로 사는 게 좋습니다.

  • 필터용이라면 로스팅 후 5~18일 사이가 가장 다루기 편합니다.
  • 에스프레소용이라면 로스팅 후 7~21일 정도가 안정적입니다.
  • 분쇄도는 같은 원두의 일반 버전보다 약간 굵게 시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물 온도는 중약배전 기준 90~92도, 중배전 이상은 88~90도부터 맞춰봅니다.

특히 디카페인은 뜨거운 물에 오래 붙잡아두면 쓴맛보다 텁텁함이 먼저 나옵니다. 일반 커피의 쓴맛은 어느 정도 힘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 디카페인의 과추출은 입천장에 종이처럼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1:15 비율로 내릴 때 2분 30초에서 3분 안쪽을 먼저 잡아보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원두 20g이면 물 300g, 분쇄는 V60 기준 중간보다 살짝 굵게, 물 온도 90도 정도가 무난한 출발점입니다.

집에서 맛이 약하게 나올 때 바꾸는 순서

디카페인 원리보다 집에서 더 중요한 건 추출 순서입니다. 향이 약하다고 무조건 더 곱게 갈면 떫고 답답해질 수 있습니다. 저는 매장에서 손님께 설명할 때 세 가지를 차례로 바꿔보라고 말합니다. 첫째는 원두 양, 둘째는 물 온도, 셋째가 분쇄도입니다.

디카페인이 싱겁다면 원두를 1~2g 늘리는 게 가장 깔끔합니다. 15g에 물 240g으로 내렸다면 원두를 16g으로 올리고 물은 그대로 둡니다. 농도만 조금 올라가서 단맛과 향이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밋밋하면 물 온도를 1~2도 올립니다. 산미가 날카롭지 않은 원두라면 92도까지도 괜찮습니다.

분쇄도는 마지막에 건드립니다. 추출 시간이 2분 안쪽으로 너무 빠르면 조금 곱게, 3분 30초를 넘고 맛이 텁텁하면 굵게 갑니다. 이때 한 번에 크게 돌리면 원인을 놓칩니다. 핸드밀 기준으로 클릭 1~2칸, 전동 그라인더라면 눈금 반 칸 정도만 움직이는 게 낫습니다.

라테로 마실 때는 조금 다르게 봐야 합니다. 우유가 들어가면 산미보다 단맛과 바디가 중요해집니다. 디카페인 에스프레소는 일반 원두보다 추출 초반이 빠르게 흐를 수 있어서, 18g 도징에 36g 추출을 25~30초 안에 맞추되 맛이 비면 1g 더 넣는 방식이 안정적입니다. 무리하게 35초 이상 끌면 초콜릿보다 탄 곡물 느낌이 올라오기 쉽습니다.

카페인이 빠져도 커피다워질 수 있습니다

디카페인을 고를 때 가장 아쉬운 건 사람들이 먼저 포기하고 마신다는 점입니다. 밤에 마실 수 있으니까 맛은 조금 양보한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좋은 생두를 잘 처리하고, 로스터가 열을 너무 거칠게 밀어 넣지 않으면 디카페인도 충분히 커피답습니다. 향이 조금 조용할 수는 있어도 단맛, 질감, 산미의 균형은 만들 수 있습니다.

제 기준에서 좋은 디카페인은 카페인이 없다는 사실을 앞세우기보다, 그냥 한 잔의 커피로 먼저 납득되는 원두입니다. 늦은 저녁에 책상 옆에 두고 천천히 마셨을 때 속이 편하고, 식어가면서 고소한 단맛이 남는 커피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커피를 줄이고 싶은 날에도 맛까지 줄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디카페인 원리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 향은 남기고 카페인은 빼려면 이렇게 봅니다 - 요약
디카페인 원리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 향은 남기고 카페인은 빼려면 이렇게 봅니다 | 커피노트 : https://kcuppmmall.kr/64
커피노트 © kcuppmmall.kr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