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프레스 원두 굵기 맞추는 방법, 텁텁함 줄이고 단맛 살리려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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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프레스 원두 굵기 맞추는 방법, 텁텁함 줄이고 단맛 살리려면 이렇게

얼마 전 단골 손님이 프렌치프레스로 내린 커피를 보온병에 담아 오셨습니다. 향은 괜찮은데, 한 모금 마시자마자 혀 뒤쪽에 가루 낀 듯한 텁텁함이 오래 남더군요. 원두는 제가 볶은 지 5일 된 케냐였고, 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거의 분쇄도였습니다. 드립용보다 살짝 굵게 갈았다고 하셨는데, 프렌치프레스 기준으로는 아직 많이 고운 편이었죠.

프렌치프레스는 종이필터가 없습니다. 금속망 하나로 커피 입자를 걸러내기 때문에 원두 굵기가 맛과 질감을 거의 그대로 결정합니다. 같은 원두라도 너무 곱게 갈면 진하고 쓰고 탁해지고, 너무 굵으면 향은 있는데 물 탄 듯한 맛이 납니다. 그래서 프렌치프레스 원두 굵기는 ‘대충 굵게’가 아니라, 추출 시간과 함께 맞춰야 합니다.

프렌치프레스 원두 굵기는 굵은소금보다 조금 크게

처음 기준을 잡는다면 굵은소금보다 조금 큰 입자를 떠올리면 됩니다. 설탕보다 확실히 크고, 핸드드립용 중간 굵기보다 한 단계 더 굵습니다. 손가락으로 만졌을 때 모래처럼 고운 느낌이 아니라 작은 자갈처럼 또렷하게 입자가 느껴지는 정도가 좋습니다.

숫자로 말하면 그라인더마다 다르지만, 코만단테 기준으로는 대략 28~34클릭, 바라짜 엔코어 기준으로는 28~34 근처에서 시작합니다. 물론 칼날 상태, 원두 밀도, 로스팅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숫자는 답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제가 매장에서 테스트할 때는 보통 원두 20g에 물 300g, 물 온도 92~94도, 4분 추출을 기준으로 둡니다. 이 레시피에서 입자가 너무 고우면 2분 30초만 지나도 커피 표면에 진흙 같은 층이 생기고, 누를 때 압력이 무겁게 걸립니다. 반대로 너무 굵으면 4분이 지나도 색은 연한 갈색에 가깝고, 향은 올라오지만 단맛이 비어 있습니다.

너무 곱게 갈았을 때 나는 맛

프렌치프레스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원두를 드립용 굵기로 가는 겁니다. 드립에서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지나가지만, 프렌치프레스는 커피 가루가 물 안에 계속 잠겨 있습니다. 같은 4분이라도 접촉 시간이 훨씬 직접적입니다. 입자가 고우면 성분이 빠르게 녹아 나오고, 미분도 컵 안으로 많이 들어옵니다.

그럴 때 맛은 대체로 세 방향으로 갑니다. 첫째, 쓴맛이 빨리 올라옵니다. 둘째, 혀에 먼지 같은 질감이 남습니다. 셋째, 식을수록 산미가 선명해지는 대신 거칠게 느껴집니다. 특히 다크 로스팅 원두를 곱게 갈면 탄맛과 떫은맛이 같이 올라와서 우유를 넣어도 뒤끝이 무겁습니다.

이럴 때는 원두를 바꾸기 전에 분쇄도를 3~5단계 굵게 조정하는 게 먼저입니다. 이미 내린 커피가 너무 탁했다면 다음 추출에서는 시간을 4분 그대로 두고 굵기만 바꿔보는 편이 좋습니다. 변수 하나만 움직여야 원인을 볼 수 있습니다. 시간도 줄이고 굵기도 바꾸면 무엇 때문에 맛이 달라졌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너무 굵게 갈았을 때는 향만 있고 맛이 빈다

반대로 프렌치프레스니까 무조건 아주 굵게 갈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캠핑용 핸드밀에서 가장 굵은 단계로 갈면 입자가 깨진 콩처럼 커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커피가 물에 충분히 녹아 나오지 못합니다.

맛으로는 신맛이 얇고, 단맛이 짧고, 바디감이 없습니다. 향은 좋은데 입 안에서 금방 사라집니다. 특히 에티오피아 내추럴처럼 향이 화려한 원두는 처음 냄새만 좋고 실제 맛은 허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많은 분들이 원두 양을 늘리는데, 굵기가 너무 크면 양을 늘려도 중심 맛이 잘 채워지지 않습니다.

이 경우에는 원두 양을 2g 늘리기보다 분쇄도를 2~3단계 가늘게 가는 편이 먼저입니다. 20g에 300g으로 내렸는데 밍밍하다면 22g으로 올리기 전에 입자부터 점검하는 거죠. 프렌치프레스는 농도와 추출이 같이 움직이지만, 빈 맛의 원인이 항상 원두 양 부족은 아닙니다.

로스팅 정도에 따라 굵기도 조금 달라진다

같은 프렌치프레스라도 라이트 로스팅과 다크 로스팅은 다르게 봐야 합니다. 라이트 로스팅 원두는 조직이 단단하고 성분이 천천히 나옵니다. 그래서 너무 굵게 갈면 산미만 날카롭게 남고 단맛이 덜 나옵니다. 이때는 기준보다 살짝 가늘게, 물 온도는 94~96도까지 올려도 괜찮습니다.

반대로 다크 로스팅 원두는 성분이 빨리 풀립니다. 기름이 표면에 조금 올라온 원두라면 더 그렇습니다. 이때 곱게 갈면 쓴맛과 탄맛이 쉽게 커집니다. 기준보다 조금 더 굵게 갈고, 물 온도는 88~91도 정도로 낮추면 훨씬 부드러워집니다.

  • 라이트 로스팅: 기준보다 1~3단계 가늘게, 94~96도
  • 미디엄 로스팅: 굵은소금보다 조금 큰 입자, 92~94도
  • 다크 로스팅: 기준보다 2~4단계 굵게, 88~91도

산지 특성도 영향을 줍니다. 케냐처럼 산미와 밀도가 강한 원두는 조금 더 높은 온도와 중간보다 살짝 가는 굵기가 잘 맞는 편입니다. 브라질이나 과테말라처럼 고소하고 단맛 중심의 원두는 너무 가늘게 갈지 않아도 맛이 잘 나옵니다. 다만 이건 원두마다 차이가 있으니, 처음 한 번은 기본 레시피로 내리고 그다음 컵에서 움직이는 게 좋습니다.

집에서 맞추는 실제 조정법

집에서는 장비 이름보다 맛의 신호를 읽는 게 더 빠릅니다. 프렌치프레스 원두 굵기를 잡을 때 저는 세 잔 정도를 권합니다. 첫 잔은 기준 레시피, 둘째 잔은 한 단계 굵게, 셋째 잔은 한 단계 가늘게. 이렇게 비교하면 내 그라인더에서 어느 구간이 맞는지 금방 보입니다.

기본 레시피는 간단합니다. 원두 20g, 물 300g, 물 온도 92~94도, 추출 시간 4분입니다. 물을 붓고 전체가 젖도록 가볍게 저은 뒤 그대로 둡니다. 4분이 되면 위에 뜬 거품과 굵은 입자를 숟가락으로 걷어내고, 플런저는 천천히 내립니다. 바닥까지 세게 누르지 말고 저항이 느껴지는 지점에서 멈추는 편이 좋습니다. 세게 누르면 바닥의 미분이 다시 떠오릅니다.

맛이 쓰고 탁하면 굵게 갑니다. 맛이 시고 얇으면 가늘게 갑니다. 향은 좋은데 입 안이 비면 조금 가늘게, 향도 둔하고 쓴맛만 있으면 굵게. 이 네 가지 신호만 기억해도 실패가 많이 줄어듭니다.

  • 쓴맛이 강하고 혀가 텁텁함: 분쇄도를 굵게
  • 신맛이 얇고 단맛이 부족함: 분쇄도를 가늘게
  • 누를 때 압력이 너무 무거움: 분쇄도가 고운 편
  • 커피가 너무 빨리 맑게 가라앉음: 분쇄도가 굵은 편

그리고 원두를 산 날짜도 같이 봐야 합니다. 로스팅 후 하루 이틀 된 원두는 가스가 많아서 물을 튕기듯 밀어낼 때가 있습니다. 프렌치프레스에서는 보통 로스팅 후 4~14일 사이가 다루기 편합니다. 너무 신선한 원두라면 같은 굵기에서도 추출이 덜 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프렌치프레스는 비싼 장비가 필요한 추출법은 아닙니다. 대신 분쇄도에는 꽤 솔직합니다. 좋은 원두를 샀는데 집에서 맛이 탁하다면 원두 탓부터 하기보다 굵기를 한 단계씩 움직여보는 게 낫습니다. 저는 프렌치프레스의 매력이 그 투박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이필터가 덜어내는 기름진 질감과 묵직한 단맛을 그대로 보여주니까요. 다만 그 매력이 지저분함으로 넘어가지 않게 잡아주는 손잡이가 바로 원두 굵기입니다.

프렌치프레스 원두 굵기 맞추는 방법, 텁텁함 줄이고 단맛 살리려면 이렇게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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